[여성의 힘 2050] 우리 아이 성교육 어떻게 할까

아름답고 건강한 성, 바로 알고 지키도록 안내

전주시와 전주시 평생학습센터가 마련한 '깨복쟁이 성교육' 하루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성교육을 받고 있다. (desk@jjan.kr)

'조두순 사건'을 비롯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부모들은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우리 아이들의 '몸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에서 시작되는 성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전북일보 여성객원기자들에게 들어봤다.

 

▲ 임영신 여성객원기자 - 성교육 일찍 시작하는 것이 도움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웃지 못할 일이 많았어요. 큰 딸이 5살 때인가. '엄마, 나는 어디서 나왔어?'라고 묻길래, 당황해서 '엄마 몸에 아기 나오는 길이 있어'라고 얼버무린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딸이 '나 다시 들어갈래'라고 하는 거 있죠? 완전 배꼽 잡고 웃었어요. 둘째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몸을 자꾸 만지는 바람에 '어머나' 했구요. 결국 이러저러한 일을 겪다 보니까, 아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면 아이랑 성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더라구요. 그래서 5학년인 막내 아들과 성에 대해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편이예요. 학교에서 성교육 엄청 받잖아요. 무안할 정도로 자세한 이야기들을 배워서, 특별한 호기심은 없는 것 같아요. 게다가 인터넷에서 다 알아버리잖아요. 다만, 성에 일찍 말하면 할수록 대화를 나누는 게 편해지는 것 같아요."

 

▲ 나숙희 여성객원기자 - 수치심 갖게하는 말은 피해야

 

"고등학생 된 아들이 유아기 때 가끔 성기를 만지작 거렸어요. 들은 말이 있어서 "하지마","안돼"라는 말은 피했죠. 수치심을 주는 게 가장 안좋다고 하니까. 만지는 행동이 끝난 후에 좋아하는 간식이나 놀이로 관심을 돌렸어요. "우리 같이 쥬스 먹자", "블록 쌓기 하자", "이렇게 만지는 것은 몸에 안좋은 거야" 이렇게요. 놀이를 싫어하면, 공원이나 산을 데리고 갔어요. 가끔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생식기 부위를 알려주기도 했구요. 남의 생식기를 몰래 보거나 만지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고 여러번 이야기를 했어요. 조기 영어교육보다 중요한 게 조기 성교육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성교육을 받는 현재의 시스템은 빨리 바꿔져야 할 것 같아요."

 

▲ 이진선 여성객원기자 - '야동' 보면 안되는 이유 설명을

 

"제 경우는 아닌데, 초등학교 5학년 짜리 아이를 둔 시골에서 교직하는 친구가 아이가 혼자 있으면서 야동을 봤다고, 너무 당황해서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어요. 저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고등학교 2학년 남자애들한테 야동은 봤는지, 봤다면 왜 봤는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자기들도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봤는지 이해 못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별 게 아닌데. 성장과정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과정이다 싶었어요. 결국 정말 중요한 게 부모 교육이예요. 아이가 물어보면, 편안하게 답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보는 게 왜 좋지 않은지 설명해야지, 그걸 봤다고 막 혼내면 의미가 없어요. 아이들도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과 물어보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거든요."

 

▲ 김은자 여성객원기자 - 성에 책임이 따르는 것도 가르쳐야

 

"아들이 중학교 가니까, 확실히 다르더라구요. 친구들이 포르노 사이트를 칠판에 적어놓는대요. 동영상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보나봐. 호기심을 많을 때 잖아요. 그때 그게 왜 나쁜지 이야기해줬죠.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것은 문제 없지만, 남에게 보이기 위해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죄다. 거기서 미혼모도 생길 수 있고, 낙태도 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치만 부모가 아이에게 성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접근하면 안될 것 같아요. 성은 어떻게 대하고, 처신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것이 될 수도 있고, 불결한 것이 될 수도 있거든요. 기독교 신자이다 보니, 혼전 성관계는 안된다고 하죠. 왜냐하면 결혼이 결혼식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자는 순간이 결혼이라구요.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혼식을 못 올리고 함께 살면 그걸 결혼식으로 간주해도 된다고 했어요. 다만, 불장난처럼 책임질 수 없는 결혼은 안된다는 거죠."

 

▲ 이금주 여성객원기자 - 바른 가치관 확립할 수 있는 교육 필요

 

"딱히 성교육을 하진 않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자연스레 알아버리더라구요. 일례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성에 관해 물으면 '야한 것이요' '섹스요' 라는 말이 너무나도 자연스레 나옵니다. 피임에 대해 물으면 콘돔도 스스럼없이 얘기하구요. 처음 성교육이 생리 현상과 순결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엔 성교육은 성폭력 예방에 더 큰 비중을 둡니다. 여기엔 성가치관, 자기관리능력까지 기르는 게 모두 포함되죠. 따라서 성교육의 시작은 가정, 즉 부모 성교육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조두순 사건'과 같이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잠깐 성교육에 관심을 갖다가 이내 중요성을 잊는 부모가 대부분이예요. 혼전 성관계 등과 같은 문제를 볼 때, 아이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이화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