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안중근ㆍ하얼빈학회와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안중근의 동양평화론과 동북아 평화공동체의 미래' 국제학술회의에는 한ㆍ중ㆍ일 학자 20여명이 모여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재조명했다.
서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동양평화론'에 나타난 안중근의 동아시아 전략은 막연히 한ㆍ중ㆍ일 3국이 연대, 제휴해야 한다는데 머물지 않고 다자간 협의기구 성격을 띤 평화회의 건설을 제안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면서 "동양의 범주에 동북아의 3국 외에 시암(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까지 포함시킨 지역공동체 구상을 펴고 있음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ㆍ중ㆍ일 동양 3국이 대등한 위치에서 평화공동체를 결성하자는 동양주의를 몸으로 실천한 안중근은 제국주의 시대에는 실패한 이상주의자로 취급받았을지라도 탈근대, 탈서구중심주의가 도래한 21세기의 동아시아에서는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단순히 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 동북아개발은행 같은 경제 공동체의 논리에 한정되지 않고 민족국가 단위를 넘어선 문명의 차원에서 동아시아 공동체를 논하려면, 100년전 동아시아인들에게 '동양평화론'이 던진 메시지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쑤용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안중근은 '동양평화론'에서 일본의 군국주의를 심각하게 비판하면서도 진정한 인내심을 가지고 일본을 계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서 "안중근이 가졌던 평화의 희망은 침략과 확장 노선을 분명히 밝힌 일본 군국주의 앞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배부른 희망으로 보였으나 그가 평화를 희망했다는 점은 결코 평가절하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술적인 면에서 안중근 의거의 구체적인 사실이나 이 사건이 미친 영향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면서 "'동양평화론'에 종합적으로 드러난 안중근의 사상을 살피는 것이 진정으로 동아시아 학술을 발전시키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을 보장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는 '안중근 연구가 나아가야할 길'이라는 기조연설에서 "안중근 자료 전집 편찬은 늦출 수 없는 당면 기본 사업"이라면서 "안 의사의 하얼빈 의열투쟁은 그 전후 있었던 이준의 헤이그 순국과 장인환, 전명운의 샌프란시스코 의거 등과 밀접히 연관된 정황이 발견되므로 의열투쟁의 성격과 계보를 밝혀 그 의의를 정립하는 심층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27일까지 계속되며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의 현대적 의의'(마키노 에이지),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와 고종황제'(이태진), '안중근 의거의 중국에 대한 영향과 그 평가'(최봉룡) 등의 논문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