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췄던 태극기를 번뜻 내어 휘두르며, '나는 원수를 갚었다. 이천만 동포들 쇠사슬에 얽혀 놓은 우리 원수 이등박문 내손으로 죽였소.' 대한독립 만세 우렁찬 큰소리로 할빈역에 진동, 삼천리 빛난 이름 세계로 흘러가고 흉적 이등(박문)은 혼비백산이라."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또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거가 있은 지 꼭 100년째 되는 날인 26일.
오후 7시 전주여고 강당에서 안 의사의 의거와 애국충정을 기리는 창작 판소리 '안중근 열사가'가 울려 퍼졌다.
광복회 전주시지부 주최로 열린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 열사가 공연'에는 여고 1년생 100명이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며 안 의사의 의거를 생각했다. 무대 위에 오른 정소영 명창(40.중요무형문화재 제5호)과 이성근 고수(76.중요무형문화재 9호)는 창작 판소리 '안중근 열사가'를 부르며 안 의사가 100년 전 벌인 의거의 의미를 알렸다.
"'자 이제 나 할 일 다 하였으니 나를 잡고자 하는 놈이 있거든 나를 잡아라.' 이리하야 노철서에 검거되어 여순 일본 검사국 형법 아래 사형집행을 받게 되었는디.(중략) 검사 묻되 그대 소원은 무엇인고, '나는 아무 소원이 없노라. 다만 너희가 침략정책을 양심으로 판단하야 보호 조약을 해약하라.'"
정소영 명창의 판소리 열창이 강당을 가득 채울수록 여고생들은 공연 모습에 눈을 떼지 않으며 판소리를 경청했다. 10여분 간의 열창이 끝나고 여고생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판소리 공연이 끝난 뒤 이성근 고수는 "이 열사가는 왜정 말 때 작곡이 됐는데 당시에는 대놓고 부를 수 없어 선배들이 숨어서 부르며 보관을 해 왔다"고 열사가의 역사를 설명했다.
이 고수는 이어 "해방이 되고 나서 소리꾼들이 모두 열사가를 부르기 시작했지만 이제 다 돌아가시고 단 한분만 살아 계시다"며 "선배들이 이어 온 열사가의 의미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이 배우고, 나라를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린 안 의사의 정신을 현실에서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공연이 끝난 뒤 학생들은 장항규 광복회 전주시지회장의 선창에 따라 만세삼창을 부르며 100년 전 오늘을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