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10차로' 자전거도 사람도 '곡예횡단'

전주 서신동 성모병원서 평화동 방향 800m구간 지하보도뿐 '자전거 불편'

28일 오후 2시께 전주시 서신동 롯데백화점 앞 통일광장을 따라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차량들 틈새로 10차로인 백제대로를 건너고 있다. 주행중인 차량을 이리저리 피하며 도로를 건너는 모습은 보는 사람이 더 아찔했다.

 

전주시 서신동 성모병원 앞 도로부터 백제교를 건너 백제대로(구 화산로)를 따라 약 800m 구간에는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워낙 폭이 넓은 도로라 건너는 데 적잖이 시간이 걸려 뒤늦게 발견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위험해 보였다.

 

대로를 가로질러 건너는 것은 보행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렇게 자전거와 보행자들이 거침없이 무단횡단을 할 수 밖에 없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 구간 800m 내에는 횡단보도가 없기 때문. 서신지하보도를 통해 보행자들은 길을 건널 수 있지만 자전거를 탈 경우 지하보도로 이동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시민들의 공통된 주장.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려면 새마을금고 서전주지점 앞이나 성모병원까지 최대 1.5km(왕복) 가량을 이동해야 한다.

 

약속 장소를 찾아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고생한 적이 있다는 김모씨(25·전주시 금암동)는 "초행길이었는데 길을 건너려고 아무리 찾아도 횡단보도는 없었습니다. 한참을 헤매다 300여m 위로 올라가 새마을금고 서전주 지점까지 올라가서야 겨우 길을 건널 수 있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송모씨(43·전주시 서신동)도 "자전거 타기 운동을 하면서 이 구간에는 자전거 도로도 없습니다. 최소한 자전거들이 건널 수 있도록 횡단보도라도 설치해서 자전거 타는 시민들과 보행자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도로가에 있는 한일고등학교도 등하교 시간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자전거를 타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교통지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관계자는 "급한 마음에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대로를 건너다 사고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마냥 맘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서명을 받아 전주시에 민원을 제기할 생각도 했다"며 "횡단보도가 있다면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길을 건너지 못해 힘들어하는 시민들은 전주시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미 교통규제심의위원회에서 두 차례 부결된 상황.

 

전주시 관계자는 "올해 4월에도 한 차례 부결됐지만 여전히 같은 장소에 같은 이유로 민원이 들어오고 있어 오는 12월께 다시 교통규제심의위원회가 열리면 심사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시민들이 요청하는 지점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경우 최소 25초~40초까지 건너는 시간을 줘야 하는데 이럴 경우 출퇴근 시간에 이 구간은 교통 마비가 예상돼 결정이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