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 스크린속 '커플여행'

엇갈리는 시간, 깊어지는 사랑…올 가을 판타지 감성 로맨스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 의 한 장면. (desk@jjan.kr)

누가 가을은 책 읽는 계절이라 했던가. 날씨는 점점 추워져 실내만 찾게 되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으면서 마음은 싱숭생숭, 달짝지근한 군것질 거리만 생각나는 게, 영화라면 모를까…. 따뜻한 극장과 팝콘, 재미있는 영화 한편은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 있는 키워드다.

 

다행히도 이번 주 꽤 많은 영화가 개봉했다. 고르고 골라 손이 간 한 편은 가을과 어울리는 러브 스토리 '시간 여행자의 아내'. 이 외에도 이번 주 극장에는 팝 황제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리허설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도 개봉했으니 음악 팬들은 한번쯤 찾아 보는 게 좋겠다.

 

▲ 시간 여행자의 아내(드라마, 멜로/ 107분/ 12세 관람가)

 

에릭 바나를 기억할 지 모르겠다. 브래드 피트와 함께 영화 '트로이'에 출현해 '헥토르'역을 연기한 갈색 눈동자의 배우. 혹자는 느끼하다고도 말하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가진 미중년이다. 이번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서 에릭 바나는 시간 여행의 운명을 지닌 '헨리'역을 맡았다.

 

'헨리'는 어릴 적 교통사고 이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여행을 하게 된 가혹한 운명을 가진 남자. 시간 이동 후에는 낯선 곳에 알몸으로 떨어져 추위에 떨고 옷을 훔치다 쫓기는 가혹한 신세다. 하지만 어느 날 그의 앞에 '클레어'(레이첼 맥아덤즈)가 나타나고 그녀가 바로 '헨리'의 아내, 시간 여행자의 아내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책만큼 클래식하지만 원작만큼의 판타지는 살리지 못했다. 여타의 시간 여행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과 달리 '헨리'가 시간을 이동하며 하는 행동들이 결과를 바꾸지 않는다는 점도 심심해지는 요인이다. '운명은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는 전제하에 진행되는 이야기가 이 영화를 존재하게 했지만 극적 요소가 떨어진다는 것. 원작 소설을 읽은 관객이라면 이 점을 더욱 느끼게 될 것이다.

 

남자 주인공인 에릭 바나에 집중하긴 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시간 여행자'가 아니라 그의 '아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헨리'는 그의 모든 시간 속에 '클레어'를 만나지만 '클레어'는 '헨리'가 자신을 찾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그만을 평생 사랑하는 '클레어'. 예고 없이 왔다 사라지는 남편을 평생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애태우는 사랑이지만 시간이 아무리 변해도 바뀌지 않는 '클레어'의 사랑이 영화의 포인트다. 또한 '클레어'가 시간 여행자의 아내로 얻는 마지막 선물은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질 것. 더욱이 주인공의 감정 상태와 함께 흘러가는 음악이 복잡한 극중 인물의 심경과 사랑을 대변하고 있고 관객의 감정 이입을 돕는다.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아낌없이 말하는 용기. 혹은 다시 만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사랑하는 감정을 멈출 수 없는 마음.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사랑을 하지만 그 애틋함은 다를 것이 없다. 시간도 막지 못한 이들의 사랑이 가을을 따뜻하게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