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수돗물에 붙은 물이용부담금을 아시나요? - 한상준

한상준(전주지방환경청장)

어릴 적만 해도 길을 가던 나그네가 갈증이 나서 동네 우물가나 여염집에 들러 물을 청하면 누구나 인심 좋게 물 한바가지를 건네주어 그 시원한 물맛에 시골 인심의 넉넉함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생수 값을 톡톡히 지불해야만 목을 축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말이 되냐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의 생산과정 즉, 하늘에서 내린 물을 가두어 이를 정수 처리하여 상수도관을 통해 각 가정에 보내지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리고 수돗물의 원료라 할 수 있는 원수(原水)를 모아 관리하는 지역(상류 유역을 포함)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있어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음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물 사용료가 비싸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상수원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주민에게 달리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래서 정부는 1999년 8월부터 물자원을 이용하는 자에게 일정액을 부담지우는 물이용부담금제도를 마련하여 그 재원으로 상수원유역 주민지원사업과 수질개선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물이용부담금제도란 '사용자부담원칙'에 따라 대체로 하류지역의 물이용자에게 비용을 부과하여 상류지역의 규제로 인한 피해지역에 주민지원사업과 수질개선사업 촉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물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로써 현재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주요 하천구간으로부터 취수된 원수를 직접 또는 정수하여 공급받는 최종수요자에게 물사용량에 비례한 일정금액을 부담하는 법정부담금이다.

 

현재 전북지역에는 '금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강수계관리기금이 조성된 '02년부터 전주·익산·군산·완주 4개 시·군이 물이용부담금(160원/톤)을 납부하고 있으며,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진안·무주·장수 용담호 상류지역과 물이용부담금을 납부하는 전주, 군산 등 일부지역에서 수질개선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사업에 지원되고 있다.

 

올해 전북지역에 지원되는 수계관리기금의 규모는 139억원으로 이중 115억원(82.7%)이 공공하수처리시설과 같은 환경기초시설 설치사업과 운영사업에 지원되어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한 오염원 차단에 직·간접적으로 쓰여지고 있다.

 

그리고 매년 예산 범위내에서 소정('09년 약18억원)의 기금을 용담호 상류지역(진안·무주·장수) 주민지원사업에 사용하여 규제에 상응하는 지원을 지속적으로 함으로써 피해의식을 가졌던 상류지역 주민이 수질보전 주체로 나서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또한 상?하류간 갈등완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밖에도 수변구역 주변 토지매수 및 관리사업, 수질보전활동지원사업, 환경기초조사연구, 오염총량관리연구 등 수질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지원되어 상수원 주변 오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시적인 수질개선의 효과는 멀기만 하다. 성공적인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물이용부담금과 같은 정책적인 지원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맑고 깨끗한 상수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환경기초시설 설치 등 다양한 수질개선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국민 스스로가 물절약 습관을 생활화하고 하천으로 유입되는 농약·비료·세제 등을 되도록 적게 사용하며 우리 주변의 하천을 청소하고 가꾸는 등 물을 항상 아끼고 소중히 하는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상수원 보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투자는 베풀면 없어지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더 큰 혜택으로 돌아오게 된다. 깨끗하고 풍부한 물이야 말로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롭고 행복해지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한상준(전주지방환경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