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의집이 신종 플루로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평소 주말 같으면, 북적북적해야 할 이곳도 한산하다. 헌혈과 수혈을 오인해 빚어진 헤프닝이지만, 시민들을 탓할 수도 없는 일.
16년째 헌혈의집에서 피만 뽑는(?) 간호사로 일해온 이은정씨(39·간호 주임)를 만났다. 올해 확장 이전한 전주시 고사동에 위치한 헌혈의 집 내부는 거의 호텔 수준. 지역별로 혈액 관리가 가능한 전산 시스템까지 갖춰지면서 개인 헌혈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나, 불청객 신종 플루로 위기 아닌 위기를 맞고 있다.
"헌혈의집에 하루 평균 30~40명(평일), 50~60명(주말) 정도 방문합니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들이 주된 층이죠. 지난달과 비교해 평균 30여명 정도가 감소한 것 같습니다. 특히 헌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학교와 군부대가 헌혈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어요. 그게 더 큰 문제죠."
전북적십자혈액원에 따르면 혈액 적정 보유량(5일분)이 O형과 A형은 하루분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종 플루로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헌혈자들이 급감하고 있는 것.
"헌혈을 수혈로 오인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헌혈은 환자에게 건강한 혈액을 주기 위한 것이고, 수혈은 건강한 혈액을 공급하는 건데,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학 시절 RCY(Red Cross Youth·적십자)에서 헌혈의집 자원봉사로 인연을 맺게 된 그는 줄곧 혈액원 간호사로 활동해왔다. 커다란 비상상황은 없었지만, 건강한 혈액을 구하기 위한 꼼꼼한 체크가 필수.
"헌혈하기 어려운 피가 많습니다. 약을 먹었거나, 술을 마셨거나, 심지어 침을 맞아도 헌혈 부적격 판정을 받아요. 그런데 막무가내로 피를 받아달라고(?) 하는 분들이 계시니, 곤란합니다. 혈액을 주고픈 시민들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혈액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안전이 우선돼야 하는 입장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울러 신분증 지참은 필수라며 "신원 확인도 되지 않은 피를 환자에게 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효과적인 고객 관리를 위해 그는 지난 2007년엔 CS강사 자격증도 땄다. 한번쯤 헌혈을 해봤다면, 재차 헌혈하기는 쉬워지기 때문에 고객 사후 관리가 필요했던 것. 더 친절하게, 편안하게 고객을 맞기 위한 그만의 노력이다.
"반겨주고, 편안하게 대해 드리면, 고객들이 헌혈하고 가시면서 오히려 저한테 고맙다고 하세요. 그럼 제 기분이 덩달아 좋아집니다."
그는 "힘들기는 해도, 인근 가게에서 좋은 일 한다며 지원해주는 이들이 있어 큰 힘이 된다"며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헌혈에 더욱 많은 이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은자 여성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