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청담보살 - 사랑도 '운명'일까요?

이상형 다른 두 남녀의 요절복통 ♡ 이야기

영화시사회장에 참석한 감독과 주인공들. (desk@jjan.kr)

"궁합이 안 맞아 헤어진다고?"

 

친구 중 하나는 3년을 사귄 애인과 헤어지는 것을 택했다. 결혼을 마음 먹고 궁합을 봤는데 최악 중에 최악이라나?! 사주처럼 '얘가 나중에 바람 피우면 어떡하지?' 부터 '진짜 아이가 안 생기면 어쩌지?' 까지, 자세한 궁합만큼 걱정이 커지니 마음도 멀어졌던 모양이다.

 

새 해가 시작되면 한 해의 운세를 점쳐보고 이사 하나를 하면서도 길일을 찾는 사람들. 인생이 정말 사주처럼 흘러가고 궁합이 정해져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불안한 마음에 위로가 돼주는 것은 사실이다. '운명이 정말 정해져 있을까?' 혹은 '운명을 따라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 '청담보살'에서 해답을 찾길 바란다. 사주를 보아하니 이번 주말 '청담보살'을 볼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 청담보살(코미디/ 15세 관람가/ 119분)

 

청담동에 용하기로 소문난 미녀 보살 태랑(박예진). 미스코리아 같은 외모와 모델 뺨치는 몸매 뿐 아니라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능력 있는 여자다. 어머니에게서 신기를 물려 받아 운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사람들의 미래를 내다보고 그들의 꼬인 팔자를 풀어준다. 하지만 본인 또한 운명의 수레바퀴 안의 인간. 28살이 되기 전 어머니가 점지한 운명의 남자를 만나지 않으면 자기 인생 또한 제대로 꼬이게 된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교통사고로 태랑의 어머니가 말한 '1978년 5월 16일 밤 11시생 남자'인 승원(임창정)을 만나게 되는데, 이 남자 문제가 좀 있다. 기수 출신이지만 지금은 말 오줌 받는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고, 25살 이상은 여자로 보지도 않는다는 진상 백수인 것. 이제 태랑은 운명적으로 이 백수 건달 승원을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청담보살'의 재미의 포인트는 이 이야기의 원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운명을 예견하고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믿는 보살 태랑이 자신의 운명은 부정하고 싶어하기 때문. 자신의 인연을 그렇게 찾아 헤맸지만 막상 나타난 인연 앞에서는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이 아이러니고 웃길 수 밖에 없다. 또한 전혀 다른 모습의 태랑과 승원을 '운명'이라는 미명아래 억지로 엮으려 하다 보니 자연스레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잘 차려진 코미디 영화 밥상에 수저를 올려 놓은 것은 두 배우.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달콤살벌'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던 박예진은 코미디 영화라는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보인다. 무엇보다 박예진의 연기가 더욱 안정적일 수 있는 것은 못하는 게 없는 남자 임창정 때문. 더욱이 타고난 코믹 감각을 가진 그가 주 분야인 코미디 영화로 돌아와 박예진과의 호흡을 자랑하니 기대를 할 수 밖에. 사실 두 주연 배우 뿐 아니라 김수미, 양택조, 서영희 등 막강 코미디 군단의 출연은 작정하고 웃기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느껴진다.

 

박미선, 현영, 박휘순 등 까메오도 지금까지 한국 영화 중 가장 화려하지만,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깨거나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임창정 혼자 극을 이끌어 나가는 감이 있지만 초반부터 너무 웃어버려 그 허점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