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옛 이름은 완산주(完山州)이다. '完' 자는 완전하다는 의미다. 전주(全州)의 '全'자 또한 같은 의미이다. 예부터 전라북도는 참으로 풍요로웠던 땅이다. 넓은 옥토와 바다에서 거두어들이는 풍부한 물산덕분으로 한옥과 한식이 발달하였고, 한문학을 비롯하여 판소리와 소설 등 풍성한 문화적 콘텐츠를 향유했었다. 멀리 볼 일도 아니다. 1966년 252만 명, 호남의 중심 도시이자 전국 5대 도시 전주였다.
이 풍요로웠던 땅의 현 주소는 어떤가? 산업화 지표는 제주 만큼 낙후되어 있고, 산업 구조도 노후하다. 70년대 경공업과 소비재 산업 일부로 구성되어 있어 글로벌 국제 경쟁 시대에서 기술적 우위와 전망을 점치기 힘들다. 산업발전의 척도인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젊은 인재들도 부족하다. 젊은 인재들의 유출이 심각한 상태이다.우리 지역의 하루 인구 유출량은 50명 정도로,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층의 유출이 가장 많고, 대부분의 이유가 취업으로 인한 유출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국에서 가장 많이 기업을 유치하고, 부품소재와 신재생, 식품클러스터, 탄소산업 등 핵심 기술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일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영토소국 기술대국'이라는 말처럼 기술의 크기가 산업의 크기를 결정짓고 미래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요즘 지구 온난화와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등으로 환경 문제는 시장 지배력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녹색 기술, 환경파괴가 적은 녹색 산업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절전 고효율 LED,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등이 녹색기술이고,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인쇄전자'기술이 새로운 녹색산업을 이끌 첨단 기술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오는 18~19일, 무주에서 유연 인쇄 전자 기술의 현 주소를 볼 수 있는 국제 학회가 열린다. 가장 각광받는 녹색 기술인 인쇄전자 기술에 대한 국제 학회가 무주에서는 열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미 우리 지역은 다섯 번에 걸친 국제 행사를 주도한 적이 있고, 지자체로서는 유일하게 인쇄전자라는 첨단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인쇄전자 분야는 현재 세계적으로 모든 산업에 걸쳐 이슈가 되고 있다. 영국 PETEC, 네덜란드 Holst Center, 핀란드 VTT, 미국 아리조나 FDC, 독일 IPMS, 미국 USDC, 독일 pmTUC, 독일 COMEDD 등의 연구기관 등에서 활발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삼성과 엘지의 엔지니어들이 서비스를 받기위해 이곳을 찾아 밤을 새고 있고, 27조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독일의 기업이 이 먼 곳까지 협력하고자 찾아오고 있다. 내년 인쇄전자 대학원 과정을 개설하여 우리 지역을 첨단 인쇄 전자의 메카로 키울 것이다.
산업을 꾀할 때는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인 육성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기술과 산업이 몇 년 사이에 생멸하는 것이 아니고 생명을 가지고 있는 유기체라는 이유 때문이다.40년 동안 역사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40년 동안 추진할 수 있는 꾸준한 계획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산업도 희망과 기술을 먹고 자라는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가장 핵심은 이중 나선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DNA이다. 전주는 조선 이씨 왕조의 본산으로 천년을 간다는 전주 한지와 최고의 목판본인 완판본의 본 고장이다. 이러한 '인쇄 DNA'의 맥이 흐르는 전주에서 다시 한번 첨단 인쇄유연전자 기술이 꽃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신진국(전자부품연구원 전북지역사업본부장·나노기술집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