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교전 대응 '발언' 수위 높여

내부 사기 감안..대미 평화체제 메시지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일어난 남북해군간 교전과 관련, 남측을 향한 말 대응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북한은 교전 당일인 10일 북한군 최고사령부 '보도'를 통해 남한 해군의 "무장도발"이라고 주장하면서 남측에 "사죄"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으나 "엄중한 후과"나 "보복" 등의 위협이나 극렬한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틀 뒤인 1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개인필명 논평을 통해 최고사령부 보도 내용을 되풀이 하고 "반드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될 것"이라고 상응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13일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단장이 남측 단장에게 보낸 통지문을 통해서해에는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만이 있다"며 "지금 이 시각부터 그것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천명해 이번교전에 대해 처음으로 "군사적 조치"를 언급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을 남한 정부가 아닌 남측의 "우익보수세력"과 "군부 호전집단"으로 좁혀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당국간 대화기회를 엿보는 남북관계의 큰 흐름은 유지하려는 의향을 드러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다만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북한군과 주민들의 사기에 미칠 파장을 감안, '말'에 의한 대응 수위를 높여나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해군경비정이 남측의 사격으로 반파된 이번 교전의 실체가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 사이에 퍼져나가는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도 체제 유지와 군사력 강화를 위해 군인들에게는남에 대한 적대의식을 지속적으로 고취했다.

 

북한은 앞으로도 각종 기구와 언론매체를 통해 NLL 등에 대한 강경 목소리를 계속 높여가면서 군인과 내부 결속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선군정치 체제 하에서 북한 군이 자신들의약점을 노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이 아닌가생각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위협에 대해선 당초 서해교전 발생 때 제기된 배경 설명도 여전히유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앞두고 남북관계 차원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한반도 정전체제의 문제점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있다"고 봤다.

 

한반도의군사적 긴장 부각을 통해 평화체제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것이라는 것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역시 그동안 북한이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비교적 착하게" 나왔는데 남한 정부의 반응이 미온적이자 북한이 "한 단계남북간 긴장을 높이면서 미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남한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으로풀이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 당국이 당장 실제로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는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지난 8월부터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대외행보를 통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표명하면서 대화공세를 펴고 있는 데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통한 북미 양자대화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에 부정적 영향을미칠 수 있는 군사도발은 자제할 것이라는 것이다.

 

최진욱 실장은 "북미 대화를 앞두고 마냥 긴장을 고조시켜서 대화의 판 자체를깨는 것은 북한에도 득이 안되는 만큼 실제 군사행동까지는 한계가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 군부가 "남측에 당하면 반드시 보복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것이 대북 소식통들과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의 일치된 지적이어서 추후 남측의 긴장이이완된 틈을 타 우발을 가장한 군사적 보복을 감행할 가능성은 있다.

 

장용석 실장은 "북한 군부는 우리의 허점을 정확히 보고, 한번에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도발할 것이므로 우리측의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