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1953년 8월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설정돼 남북 해상경계선 역할을 해온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이 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남측 고속정과 교전에 이은서해 상 남북한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통보가 "수사적 위협"으로 현재 북측에 특이 동향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실질적 해상경계선인 NLL = 1953년 8월30일 유엔군사령관(당시 마크 클라크미 육군대장)이 선언한 가상의 해상경계선이다.
유엔군은 당시 한반도 해역에서 남북간 우발적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동해와 서해에 우리 해군과 공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하자는 목적으로 NLL을 설정했다.
북측의 남침이 아니라 월등한 장비 등을 갖춘 남측의 대북공격을 우려해 설정한 선인 셈이다.
다만 NLL 규정은 같은 해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는 규정되지 않았다.
정전협정부속문서상 군사분계선은 서쪽으로는 '경기도와 황해도 경계선 끝점'(임진강 하구교동도 인근)까지만 설정돼 있을 뿐이다.
남북간 입장차가 있는 곳은 서해 NLL이며, 동해상 NLL은 육상의 군사분계선(MDL)의 연장선이라는 성격이 강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상 서해 NLL은 백령도 서쪽 72㎞, 동해 NLL은 저진 동쪽 400㎞까지 이어져 있으나 실제 군의 작전은 이보다 훨씬 줄어든 구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NLL이 지난 56년간 실질적인 남북 해상경계선 역할을 해왔고 남북한이 1984년 9월 수해물자 수송시 양측 상봉점을 NLL로 합의했던 사례 등을 근거로 북한역시 이를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특히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양쪽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된 점을 들어북측도 사실상 NLL을 실질적인 경계선으로 인정했다고 정부는 해석하고 있다.
유엔사 역시 NLL이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설정된 선으로, 현재까지 우리가 실효적으로 관할해 왔고 해상군사분계선의 기능과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를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인식하고 있다.
남북은 또 2007년 11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국방장관회담 합의서에 "해상불가침경계선 문제와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 운영해 해결해 나간다"고 명시하고 지금까지 관할해온 불가침경계선(NLL)과 구역을 철저히 준수하기로 합의했다.
◇北 선포 해상군사분계선 = 북한은 NLL이 설정된 뒤 50년 가까이 흐른 1999년제1차 연평해전을 계기로 정전협정상의 군사분계선이 아니라며 NLL 무효화 조치에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북한군은 1999년 6월15일 1차 연평해전에 따라 판문점에서 열린 장성급회담을통해 새로운 서해 해상분계선을 제시한 데 이어 그해 9월2일에는 북한군 총참모부 '특별보도'를 통해 NLL 무효화를 선언하고 새로운 '인민군 해상군사통제수역'을 일방발표했다.
당시 북측은 ▲북측 강령반도 단인 등산곶과 남측 굴업도 사이의 등거리점 ▲북측 웅도와 남측 서격렬비열도, 서엽도 사이의 등거리점 ▲그로부터 서남쪽의 점을지나 북한과 중국의 해상경계선까지 연결한 선의 북쪽 해상수역을 인민군 해상군사통제수역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즉 서해 격렬비열도부터 등산곶까지의 해상 대부분을 북쪽 관할 수역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어 북한 인민군 해군사령부는 2000년 3월23일 '중대보도'에서 '서해 5개섬 통항질서'를 발표하고 임진강 하구를 시작으로 북측 옹도와 남측 서격렬비도, 서엽도사이의 등거리점, 한반도와 중국 사이의 등거리선의 교차점을 '해상경계선'이라고주장했다.
이후 북측은 해상군사분계선 설정 문제를 놓고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2006년 5월16일 제4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김영철 북측 단장은 "북측은 서해 5개 섬에 대한 남측의 주권을 인정하고 섬 주변 관할수역 문제는 쌍방이 합리적으로합의해 가깝게 대치하고 있는 수역의 해상군사분계선은 반분하고 그 밖의 수역은 영해권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설정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서해 5개 섬과 북측 육지가 만나는 곳은 절반으로 나누되 나머지 수역은 12해리영해기선 원칙 등을 준수해 설정하자는 것으로, 이럴 경우 해상경계선은 NLL 이남 1∼2km 부근에서 설정된다.
이는 서해 우도에서 비스듬히 서해 쪽으로 그어져 NLL을 상당히 남하해 덕적군도 위쪽의 해상을 거의 북측 수역으로 설정하고 있는 1999년 당시 북한이 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보다는 다소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북측 제안을 수용하면 NLL 남쪽으로 경계선이 설정돼 NLL이무력화된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