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과 배경

글로벌 시대 국가이익 선점 고려

정부가 17일 우리나라의 2020년 기준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율을 개도국 최고 수준인 4%(배출전망치 대비 30%)로 설정한 것은 글로벌 시대에 더 큰 국가이익을 고려한 고심의 결과로 해석된다. 온실가스 감축문제가 이미 현실적인 무역장벽으로 다가와 있는 실정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확정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다음 정권이 승승장구할 기초를 임기 중에 닦아놓겠다는 대통령의 생각이 있으셔서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들이 "기업들의 반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경쟁력의 저하, 경제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 대통령은 "더 큰 국가이익을 고려해 목표를 보다 이상적으로 잡아야 한다"며 4% 감축안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특히 온실가스 감축이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되겠지만 녹색산업이란 신개척 시장을 선점하려면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고, 석유 의존도를 줄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하며, 녹색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실가스 감축안 확정에는 이 대통령이 국제회의에서 수 차례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G8(선진 8개국) 확대정상회의와 9월 유엔 기후변화회의 등에서 "올해 내에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어줘 국격을 높이려는 의도도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역사에 기록을 남기자"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의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제부처 수장들은 이번 조치로 산업계가 다소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실무 경제부처 차원에서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이 같은 감축 목표가 우리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달성 가능성 및 발표 방법을 놓고 치열한 고민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당분간 경제성장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국만 높은 목표를 설정할 경우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감축량을 설정해도 산업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배분하는 것이 반영이 돼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