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목소리·어설픈 추임새…전북대 총장배 전통음악 경연대회

교양필수과목서 단소·판소리 배웠던 학생들 실력자랑

"막상 무대에 서니까 너무 떨리더라고요. 오늘은 망쳤지만, 연습해서 대학 4년 동안 계속 나가기로 마음 먹었어요."

 

참가하기만 하면 다 주는 참가상을 감사하게 받겠다던 박주헌씨(바이오식품공학과 1). 부드럽고 서정적인 '도라지타령'을 유난히 한 음 한 음 끊어가며 정직하게(?) 내던 그는 "차라리 리코더가 쉬운 것 같다"며 고개를 떨군다.

 

"대회는 나가고 싶은데 실력은 없고, 어떤 곡을 골라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학교 방송에서 교가를 자주 들을 수 있었는데, 교가라면 점수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했습니다."

 

정승현씨(법학과2)는 전북대학교 교가를 단소로 연주하기 위해 직접 악보 편곡까지 했다. "상욕심으로 나왔는데, 긴장을 해서인지 '삑사리'만 낸 것 같다"는 이지훈씨(기계설계공학부2)는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지만 우리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제1회 전북대 총장배 전통음악 경연대회'가 열린 18일 전북대 합동강당. '아리랑' '도라지타령'은 기본이고 동요 '곰세마리'부터 드라마 '대장금' 삽입곡 '오나라'까지 순수 아마추어인 전북대 재학생들이 펼쳐내는 단소 레퍼토리는 다양했다. 판소리는 뭐니뭐니해도 '춘향가' 중 '사랑가'가 가장 많이 불려졌다.

 

설익은 목소리로 부르는 '사랑가'만 수십번, 기교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단조로운 '아리랑' 단소 연주만 100번 가까이 들은 심사위원들은 전북대 한국음악과 전임교수와 겸임교수, 초빙교수 등 모두 9명. 무형문화재 조통달 명창과 가야금 연주자 정회천 교수 등 심사위원만큼은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급이다. "국악을 너무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 음악이 얼마나 좋은지 느끼게 해주고 싶어 소리는 물론, 발림까지 열심히 가르쳤다"는 조통달 명창은 "대사습 심사 만큼이나 보람되다"며 웃었다.

 

전북대는 지역 특색을 살려 지난해 전국 최초로 교양필수과목 '전통음악'을 개설, 모든 학생이 '단소 실기'나 '판소리' 과목을 반드시 수강해야만 졸업할 수 있도록 했다. 2008년 개설된 이래 현재까지 2000여 명의 학생들이 수강했으며, 올해만 1300여명의 학생들이 판소리와 단소 실기를 배웠다. 조통달 김일구 명창을 비롯해 김영자 김연 명창 등 이름난 소리꾼들이 강사로 나서 수업의 질도 매우 높았다는 평가다.

 

이화동 전북대 한국음악과 학과장은 "전통음악 강좌나 경연대회는 학습적인 목표 달성보다는 학생들이 우리 음악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학교로서는 전통문화의 발상지인 전북의 거점대학으로서 의미가 있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진 이번 대회에는 단소 개인·단체 포함 60팀, 판소리 개인·단체 포함 100팀이 출전했다. 소리는 투박하고 추임새는 어설프지만, 우리의 옛 음악을 익혀나가는 청춘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