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골치거리다.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거나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고속도로와 도심 주택가에 출몰, 사람에게 부상을 입히는 경우가 더욱 잦아졌다. 멧돼지 피해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멧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전국의 19개 시군에 수렵장 7527㎢를 운영하기로 했다. 도내의 경우 남원 완주 고창이 대상 지역이다. 전국의 사냥꾼 2만3801 명에게 멧돼지 8063마리의 포획을 허가했다. 보통 한 해 잡히는 멧돼지 3000-4000 마리의 두배를 넘는 수다.
또 환경부는 멧돼지의 서식밀도를 낮춰줄 것을 16개 시도에 요청했다. 전국의 멧돼지가 17만 마리까지 늘어나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출현,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농작물 피해도 엄청나다"고 밝히고 있다.
2008년 전국 산림의 멧돼지 서식밀도는 1㎢당 4.1마리로 적정한 밀도인 1.1마리를 4배가량 넘어섰다. 농작물 피해도 크게 늘어 2004-2008년 5년동안 365억 원에 이른다. 이는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의 40%로, 멧돼지가 유해 야생동물 1위다.
멧돼지는 잡식성인데다 대식가여서 들쥐 개구리 뱀 곤충 지렁이류는 말할 것 없고 식물의 열매 줄기 뿌리까지 닥치는대로 먹어치운다. 특히 긴 주둥이로 땅을 파헤치고 속에 있는 감자 고구마 등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골프장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잔디 밑에 있는 굼벵이를 잡아 먹으려고 페어웨이와 그린을 파헤치기 때문이다.
멧돼지의 폭발적인 증가는 덧을 이용한 밀렵이 단속되는데다 호랑이 표범 늑대 등의 천적이 사라진데 있다. 번식력도 왕성해 개체수는 늘어나는데 비해 각종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들고 이동통로가 단절된 탓도 크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먹이나 영역 다툼에서 밀려났거나 암컷을 찾던 수컷들이 길을 잃고 마을이나 도심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도심으로 들어온 멧돼지들은 인명피해에 대한 우려로 대부분 사살된다. 이를 두고 동물보호론자들은 '동물권'을 내세워 너무 잔인하다고 비판한다.
정확한 실태조사와 구제방법, 자연생태계적 보전방법이 다양하게 모색되어야 할 것 같다.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