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람] 벤처기업 ㈜SPM 양경식 대표

진공채혈관 개발 50여개국에 수출…간호사 아내 말에 새제품 개발

"국내 대표 자동차 회사의 하청업체를 운영했는데 갈수록 적자가 났습니다. 이를 면해보려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추진했는데, 우연히 얻은 아이디어로 진공채혈관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대기업이 만들 수 없는 새로운 기술·제품으로 도전하는 벤처정신을 따랐던 덕분입니다."

 

혈액을 뽑을 때 쓰는 진공채혈관 제조사인 ㈜SPM와 플라스틱 전문업체인 ㈜ITP의 대표이사인 양경식 대표(51). 그는 지난 3월과 5월 각각 지식경제부장관·대통령 표창을 받은 모범중소기업인이다.

 

㈜SPM은 지난 20~22일 전주시 경원동 오거리광장에서 열린 '2009 전북벤처기업 제품로드숍 및 직거래판매전'에 진공채혈관을 전시, 많은 관심을 끌었다. 50여개국에 수출하는 진공채혈관은 지난해 ㈜SPM이 제품을 내놓기 전에는 전량 수입했다.

 

양 대표는 부인의 말 한마디에 진공채혈관을 만들게 됐다고 귀띔했다. "아내가 예수병원 간호사인데 어느날 '플라스틱 전문가라면서 이런 것 하나도 못 만드냐'고 하더군요. 병원이 존재하는 한 필요한 물건인데다 세계적으로 만드는 회사는 현재 4곳 뿐인 만큼 특화된 시장을 공략하면 성공하겠다 싶었습니다"

 

진공채혈관 이외에도 30여개의 제품을 개발했지만 이 중 하나만 성공했을 만큼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양 대표는 전직원의 연구원화와 관심·협력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력 자체만으로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전직원이 연구원처럼 제품개발에 관심을 지녀야 하고 경영자는 직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또 제품의 단가를 낮춰야 합니다"

 

대표적인 벤처인인 그는 벤처정신과 경영자의 도덕성을 강조하며 중소기업의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않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창업을 하면 1.25% 살아남고 성공은 1%도 안됩니다. 최근에는 벤처라는 개념이 많이 희석돼 작은 부분이지만 새로운 것을 창출하려는 정신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이다 보니 범용성 있는 제품을 만들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 대표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의 기술이 부도와 함께 사라져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업인이 법인회사를 사유물같이 여기는 것은 문제다"면서도 "시장에서 실패해도 도덕적이라면 오너가 무한책임을 지는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부도나면 그 기술력과 노하우가 사라져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이를 보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제도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