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비 권하는 사회 - 구성은

구성은(전주시의원)

설거지를 하다가 수도꼭지가 고장이 나서 마트에 가서 새 수도꼭지를 사다가 바꿔 달았다. 그런데 새 수도꼭지는 조금만 올려도 물이 너무나 세게 나오는 것이다. 조금 약하게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고 싶어도 조절이 잘 안될 정도로 세게 나왔다. 물이 콸콸 쏟아지는 수도꼭지를 보며 이 사회의 시스템과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T.V만 켜면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 준다며 좋은 아파트에 살라하고, 사장님과 내 아이가 똑같기 위해서는 좋은 차를 사야 한다고 말한다. 모임에서 가을여행을 갈 때도 먹을 것을 한보따리씩 싸 가야하고, 많이 먹고 많이 마셔야 준비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릿고개를 어렵게 넘던 아픈 기억이 있어서인지 너도나도 더 많이 소비해야 경제가 발전하니 어서어서 돈 벌어서 많이 쓰라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그렇게 돈을 많이 벌기위해 노력하고, 많이 써서 우리는 정말 행복해졌을까? 확실히 보이는 것은 지구환경의 파괴이다. 수 억년 동안 만들어진 화석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를 너무나 짧은 시간동안 많이 써버려서 빙하가 녹고 기후가 변하고 있고 자연재해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지구촌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우리나라에서, 전주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두 번째 변화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이다. 에이즈부터 시작해서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바이러스들의 원인은 동물로부터 전염되는 바이러스가 인간으로 들어오며 변이를 일으킨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인간과 동물과 가깝게 생활하게 된 환경과 마치 공장처럼 변한 가축생산체계를 말한다. 명절 때나 먹어보던 돼지고기, 소고기를 날마다 밥상에 올리게 된 댓가로 닭, 돼지, 소가 더 이상 가축이 아니라 인스턴트 제품처럼 사육되고, 항생제와 믿지 못할 사료들로 키워지고 있다. 열악한 환경이 바이러스들의 출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날마다 우리를 유혹하는 수많은 음식들, 그러나 그 음식의 안전을 믿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행이도 이 모든 일들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다. 더 이상 매스컴에서 떠드는 "소비만이 행복이고 발전"이라는 거짓구호를 잊고, 다시 검소한 생활, 소박한 밥상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콩 한 쪽도 나눠먹는 인심을 좋아하고, 우리지역에서 생산된 생협 먹을거리로 장을 보고,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불편하지만 미래의 아이들에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는 생활태도를 존경하는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조금 덜 나와도 우리의 생활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가치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가장 절실한 때다.

 

/구성은(전주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