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벽골제와 사야마이케 - 조상진

김제 벽골제(碧骨提·사적 제111호)는 농업용 저수지다. 현존하는 저수지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었다.

 

벽골제는 제천의 의림지, 밀양의 수산제와 함께 일찍부터 한반도에 쌀 재배가 융성했음을 보여준다. 1975년 발굴조사 결과 330년(백제 비류왕 27년)에 축조되었음이 확인됐다. 당시 수문 5개와 총 제방길이 3.3㎞, 만수면적 37㎢(1120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였다. 공사에 동원된 일꾼들이 신에 묻은 흙을 털거나 낡은 짚신을 버린 것이 쌓여 신털뫼라는 언덕이 생겼다고 할 정도다.

 

여러 차례 개축이 있었으나 임진왜란 이후 관리가 되지않아 주변 농민들이 헐어서 경작지로 사용해 왔다. 일제때인 1925년에는 동진농지개량조합이 제방 한 가운데로 수로를 내는 바람에 원형이 크게 훼손되었다.

 

지금은 제방과 남쪽 끝 수문인 경장거와 북쪽 끝 수문인 장생거, 그리고 중앙수문 자리에 돌기둥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저수지 내부는 논으로 변했다.

 

벽골제는 평지를 막아 진흙을 다져 쌓은 제방이다. 여기에 쓰인 축조방식은 판축기법과 부엽토공법이다. 부엽토공법은 글자 그대로 기초부분에'나뭇잎이나 풀을 까는 방식'이다. 중국(안풍당 유적)에서 기원해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전해졌다. 물이 흐르는 곳에 제방이나 성벽을 쌓을 때 적용하는 아주 과학적인 기법이다.

 

이 기법은 일본의 고대 댐식 저수지인 오사까의 사야마이케(狹山池)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616년 무렵 바닥에 진흙을 깔고 그 위에 나뭇잎을 다져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다.

 

일본은 이 사야마 저수지를 지속적인 보수와 개축으로 명소로 만들어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이 저수지 옆에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박물관은 일본의 수리관개시설과 토목기술을 소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건물 양쪽 3층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떡 자르듯 전시한 제방단면(높이 15.4m, 폭 62m)은 관람객을 압도한다.

 

마침 김제시와 일본 사야마시가 이 두 저수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함께 등재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이 하나의 쌀 문화권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공동등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고 한다.

 

고대 동아시아 수리시설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자산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