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개룡남' - 장세균

우리사회에 재미있는 축약어(縮略語)들이 많다. 그 중에 하나가 "알부남"이다. "알부남"이란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를 줄인 말이다. 요즈음은 강한 남성보다는 부드러운 남자를 여자들이 더 선호하여 소위 "알부남"들이 인기가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조차도 대선(大選)에서 자기도 알고보면 "알부남"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오랜 민주화 투쟁이 가져다준 그분의 강한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그런 축약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개룡남"이란 축약어를, 혹시 충청남도 계룡시에 사는 남자를 지칭하는 말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개룡남"이란 "개천에서 용난다"는 우리 속담대로 어려운 주위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남자를 가르킨다. 학창 시절부터 가난 때문에 고학을 하고 졸업 후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소위 판검사가 된 사람이 대표적 "개룡남"케이스였다. 이들은 당연히 주위로부터 갖은 찬사와 함께 선망의 대상이 됨은 물론 가문을 빛낸 화제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옛날 같은 성가(聲價)는 없어 이상형 신랑감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개룡남은 주위환경이 안좋아서 그 사람 한사람만 쳐다보고 사는 주변사람이 많아 그 뒤치닥거리가 싫다는 요즈음 젊은 여자들의 성향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자기 인생을 힘차게 개척하려는 여자들과 반대로 좋은 신랑을 골라 그 그늘속에 안주하여 편하게 한 세상을 살려는 공주병 환자도 많은것 같다.

 

 

 

 고통없는 인생을 행복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렇듯 여자들의 콧대가 높아지는 현상은 여자 남자의 성비(性比)의 불균형에서도 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결혼 나이는 남자 31.4세, 여자 28.3세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남성의, 약 198만명, 여성의, 약 188명이 결혼 평균나이에 진입해 있다. 한마디로 예비 신랑감이, 약 100만명이 더 많은 공급과잉 현상으로 여자들의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이처럼 옵션의 폭이 넓다보니 키작은 남자를 "루서(Loser)" 즉, 인생의 패자(敗者)라는 모독적 표현까지도 서슴치 않는 여성도 많아진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개룡남은 주위에 꿈을 주는 사람이다.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