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필자가 몸담고 있는 미디어센터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지난 1년 동안 여러 시민들과 다양한 계층에서 실시되었던 미디어 교육 과정의 작품들과 지역 영화 제작 지원 작들을 모아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상제를 열었다.
장애를 가진 여성이 가정을 이루고 엄마가 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의 과정을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직접 담은 이야기, 이주여성들이 낯선 이국땅에서 생활해가면서 느끼는 애환과 고민 그리고 희망을 서툰 한국말과 함께 캠코더에 담은 이야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성범죄에 관한 여고생들의 독특한 시각을 담은 이야기, 초등학생들의 재치 있고 생기발랄한 이야기, 마을 사람들의 라디오방송 진행에 관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 지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실험적 작품 등 대중적인 매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소재나 형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솔직, 담백한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담은 영상들이었다. 전문가들이 만든 영상이나 스케일이 큰 상업적 영상에 비해 화려한 기교는 없었지만, 그들의 솔직 담백 마음의 소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때론 눈물을 때론 웃음을 던져 주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감동은 이러한 영상들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통되어지고 공유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 혼자 만이 아니라 영상제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동일한 생각들을 전해 주셨다.
물론 언론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긴 한다. 그러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형식도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제 삼자의 시각으로 다뤄지고 때론 흥밋거리로 치부되거나 왜곡된 시각에 의해 그들의 목소리가 올곧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일반시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내볼 수 있는 제도도 있긴 하다. 퍼블릭 액세스라는 제도다. 하지만 때론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때론 내용의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때론 경제적 이유로 이러한 영역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관심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자극적이거나 상업적인 것들로 채워가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사회 문화적인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회 문화적 정책들이 전문적이나 상업성을 지닌 영역에만 치우쳐져 있다. 특히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효과나 경제적 효과, 상업성 등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이와 관련된 저변의 문화적인 것들이 밑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이뤄내기 힘들다. 더디 진행 될 수 있겠지만 저변의 영역들이 잘 갖춰진다면 오히려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수동적으로 혜택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더 큰 기대효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좀 더 긴 안목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이룰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우리 주변의 작지만 솔직 담백한 마음의 소리를 담은 이야기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통되고 공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성은(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