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생방송 심야토론'을 진행했던 정관용씨가 출간한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위즈덤하우스)는 우리 시대를 향한 선언처럼 들린다. '불통의 시대, 소통의 길을 찾다'라는 부제도 의미심장하다.
"토론 현장에 있을 때 소통하지 않고 싸움으로만 치닫는 모습이 답답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토론이 어려운지 분석했죠. 각을 세워 싸움을 부채질하는 방송토론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마치 전쟁터 같은 상대 헐뜯기가 안타까웠어요. 상대방을 '소탕'하려는 분위기입니다."
문제의 근원을 알아야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법. 그는 고도 압축성장의 역사, 경제발전과 정치·문화 발전 사이의 속도 차이, 세대간의 현격한 격차 등 우리 역사의 응어리들을 적었다. 원인은 복잡했지만, 대안은 의외로 단순했다. 남 탓하지 않고,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한 번만 더' '한 발만 뒤로' 생각해보기를 제안한 것.
그는 시대의 중립을 옹호한 '회색지대'의 중요성에도 공감한다며 양비론은 비겁한 것이 아니고 편을 가르고 자기 진영을 키우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것이라고 적었다. 자기 진영 논리보다는 진실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언론과 정치로 바뀌어야 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성공신화가 아니라 행복신화가 필요한 때"라며 "진정한 복지 국가가 되려면 나보다 우리를, 경쟁보다 협력과 타협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미국법학과 교수로 임용, 내년 3월부터 강단에 서서 '소통 전문가'를 키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