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질금리 제로…예금 하나마나

올해 순수저축성 예금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예금금리는 사실상 제로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소득이 줄어들고 빚만 늘어나 가계부채 상환능력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복병으로 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양극화와 가계 부실 문제를 꼽으면서 이를 해결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 예금해도 '무이자'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순수저축성예금의 가중평균 수신금리(예금금리)는 1∼10월에 평균 3.16%로 작년 같은 기간의 5.64%보다 2.48% 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예금금리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최저다.

 

1∼10월 기준 예금금리는 △2001년 5,65% △2003년 4.18% △2005년 3.49% △2007년 4.89% 등이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같은 기간에 평균 2.80%로 작년 같은 기간의 4.73%보다 1.93%포인트 하락했다.

 

예금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예금금리는 올해 이 기간에 0.36%로작년 같은 기간의 0.91%보다 0.55%포인트 낮아졌다. 이자소득세(주민세포함 세율 15.4%)를 감안하면 실질 예금금리는 더욱 낮아진다.

 

올해 실질예금 금리인 0.36%는 2004년(0.12%) 이후 5년만에 최저치다.

 

실질 예금금리는 △2005년 0.67% △2006년 2.06% △2007년 2.57% 등이었다.

 

월별로는 실질 예금금리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월별로는 올해 1월 0.56%, 2월 -0.85%, 3월 -0.99%, 4월 -0.74%, 5월 0.10%, 6월 0.88%, 7월 1.26%, 8월 0.82%,9월 1.07%, 10월 1.47% 등이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다 국제원자재가격도 상승하고 있어 소비자물가가 오르면서 실질 예금금리가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근로소득 줄고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중 전국가구의 명목 근로소득은 월평균 227만6천390원으로 1년전인 작년 같은 기간의 228만4천201원보다 0.3% 줄었다.

 

명목 근로소득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근로소득은 작년 같은 기간에 2.3% 줄어 역시 관련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최대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가계의 소득 감소는 교육지출 축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중 실질 교육비 지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교육비가 줄어든 것은 환란당시인 1998년 4분기(-2.6%) 이후 처음이다.

 

교육비지출액은 3분기 기준으로 2004년 3.0%, 2005년 4.8%, 2006년 4.5%, 2007년 3.5%, 2008년 1.9% 등이었다.

 

◆ 부채 상환능력 최악

 

가계 부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712조7천971억원으로 1년전인 작년 같은 시기의 676조321억원보다 5.4% 늘었다. 가계신용잔액이 7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3분기에 274조2천843억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의 262조3천47억원보다 4.6%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이에 따라 가계신용을 국민총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2.60배로 작년 같은시기의 2.58배보다 올라가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음을 의미한다.

 

이 배율은 △2001년 1.92배 △2003년 2.30배 △2005년 2.32배 △2007년 2.47배 등이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국민총소득(GNI)에서 해외로 무상 송금한 금액을 제외하고 무상으로 받은 금액을 더해 실제로 국민들이 사용할 있는 소득을 말한다.

 

◆ "가계 살리기가 내년 화두"

 

경제의 밑바탕을 이루는 대다수 가계가 건강하지 못하면 탄탄한 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내년 우리 경제정책의 중점을 가계 살리기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금융지주 송태정 수석연구원은 "2~3분기 GDP가 훌륭한 실적을 냈지만 실제 국민들의 소득이나 구매력 측면에서 보면 성장은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면서 실속은 챙기지 못하는 '외화내빈'에 가깝다"며 "서민들로서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격차를 실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경제 회복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대두되는 '불균형 성장'을 지적하면서 "한쪽은 잘 나가고 다른 한쪽은 추락하는 현상이 심해져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 창출, 자영업자 지원, 대출체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소득은 줄고 부채는 늘어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대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며 "주택담보대출에서 만기가 20~30년을 넘는 장기대출 비중을 늘려 빚 부담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영 실장은 "가계가 소득을 올려 빚더미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자영업을 지원하고 서비스업의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며 "수출 산업을 육성하면서 정보통신, 의료보건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내수를 활성화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