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감영과 4대문복원] 전라감영의 의미

"지역문화 정체성…정주 위상 보여줘"

이동희 관장(왼쪽), 조법종 교수. (desk@jjan.kr)

전라감영은 조선시대의 전라도, 즉 전북과 전남, 제주도를 통괄했던 지방통치기구다. 전라감영 복원은 호남제일성으로서 전주의 이러한 역사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 관장은 "전주가 지금은 왜소해 졌지만, 조선시대 제주도까지를 포함한 호남 일원을 전주에서 다스렸다는 것은 곧 당대 전주의 위상이 어떠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근대 관민협치의 역사공간으로서도 전라감영을 주목했다. 조교수는 "전주는 한국역사상 최초로 관과 민이 함께 논의해서 지역을 다스리는 관민협치의 민주적 정치경험을 이뤄낸 역사적 도시로,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한 것이 동학농민혁명 집강소 통치"라며 "그 공간인 전라감영이 회복돼 그 현장에서 역사적 사실이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관장 역시 "동학농민군은 각 군현에 집강소를 두고 이를 통괄하는 대도소를 감영과 객사에 두어 개혁을 전개했다"며 "세상을 한바탕 바꾸고 외세를 물리쳐 민족자존을 지키려고 했던 우리 민족과 전라도의 위대한 역사였던 동학혁명의 중심이 바로 전라감영이었다"고 덧붙였다.

 

전라감영 복원은 전주 전통문화도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관장은 "전라감영에는 전주가 자랑하는 한지를 뜨던 지소와 책을 찍어내는 인출방, 부채를 제작하는 선자청이 큰 규모로 자리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주대사습놀이에 등장하는 통인청이 선화당 옆쪽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교수는 "결론적으로 전라감영은 전통교육·학술문화·음식문화·판소리예술문화·전주한지와 부채문화의 중심으로, 전라감영의 복원과 활용을 통해 전주문화를 재현하고 계승해야 한다"며 "전라감영 복원은 역사와 문화의 복원이란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라감영 복원을 통해 조선시대 지방통치기구인 감영의 모습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라감영의 경우 현존하는 건물은 없지만, 남아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건물을 재현해 냈을 때 경상·충청·강원감영 등과 관련지어 감영의 전면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또 경상·충청감영 등의 소재지가 중간에 이전된 것과 다르게 전라감영은 감영제가 실시되고 해체될 때까지 타 지역으로의 이전없이 전주에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