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계산기부터 전자사전, 노트북까지 총 동원되는 시험기간에는 화장실 한 번 다녀오기도 불안할 정도. 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워도 솜씨 좋은(?) 좀도둑들은 순식간에 고가의 소지품들만 골라 싹쓸이해 간다며 학생들은 마음을 놓지 못한다고 했다.
6일 오전에 들른 전주의 한 대학 도서관.
시험기간이라 학생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었다. 자리를 비운 학생들은 겉옷으로 책상을 덮어 가리거나 연습장 몇 권만 놓아두고 나갔다. '가져갈 물건 없습니다. 그냥 가라~'라는 협박 쪽지를 써붙여 재기를 보인 학생도 눈에 띄었다.
이희철 씨(27·전주시 금암동)는 "시험 공부하느라 책상 위에 교재랑 요점 정리 노트를 두고 나갔다 왔는데 그것까지 가져갔다"며 "물건은 다시 사면 된다고 해도 공부한 것까지 가져가서 억울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강민환 씨(23·전주시 덕진동)도 "개인 사물함에 책을 가득 넣어 놓고 그 뒤에 덮개로 꽁꽁 싸맨 넷북(소형 노트북)을 감춰 놨는데 밤새 그걸 뜯고 훔쳐갔다"며 "사람도 많은데 그걸 뜯고 가져간 것도 정말 대단하다(?)"며 배짱에 혀를 내둘렀다.
이 학교 홈페이지에는 분실물과 습득물에 대한 글이 거의 매일 등록된다.
실수로 잃어버렸으니 찾아달라는 자책글부터 '추억이 담긴 물건이니 제발 돌려달라'는 사연까지 구구절절이다. 분실물도 다양하다. USB·MP3·휴대전화기 같은 전자기기부터 지갑·가방·열쇠 같은 개인적인 물건까지 훔쳐갔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글이 대부분.
극심해진 좀도둑들 때문에 학생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최근 이 학교에는 경찰관들이 불시 순찰을 나서기도 했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
하루에도 수백명이 이용하는 넓은 도서관이지만 열람실 내에는 CC(폐쇄회로)TV가 설치되지 않아 분실물을 찾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진희 씨(25·전주시 효자동)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려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거나 기껏해야 전단 붙이는 것이 전부"라며 답답함을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거운 짐을 싸들고 다니는 방법을 택한 학생들도 많다. 개인 사물함에 자물쇠를 채워 놓고도 안심할 수 없는 데다,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심산에서다.
도서관자치위원회는 "분실물대장을 작성해 습득물과 분실물을 대조해 찾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고가의 물건의 경우 본인이 돌려주거나 목격자가 있지 않은 경우 되찾기가 쉽지 않다"며 관리의 어려움을 전했다. 위원회는 또 "이동할 때는 중요한 물건은 들고 나가고 개인 소지품 관리는 스스로 철저히 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