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 희망찬 일꾼들이 필요 - 곽동옥

곽동옥(전북도 농업기술원 농촌지원과장)

 

 

해마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농촌체험학습장을 찾는 어린이 손님들의 손에 다갈색의 아주 고운 흙이 묻기 시작했다. 그 흙을 씻어내며 보이는 아이들의 미소는 우리 농민들의 그것을 닮아 있었다. 이렇게 경험으로 아이들은 한층 더 성장하고, 우리의 농촌과 농업이 아주 가까이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 할아버지도 벼농사를 지세요!" "우리 아빠도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키워요!"라는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이야기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우리 친구도 아빠처럼, 할아버지처럼 농사를 짓고 싶지 않니?"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대사회의 밑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한가지가 무엇일까? 우리가 먹는쌀이 어디서, 어떻게 자라는지 고구마가 나무에서 열리는지, 땅에서 열리는지 아이들은 체험해보지 않으면 잘 알지 못한다.

 

이것은 가난 속에서 굶주림을 감내하면서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한 우리 부모들과 잿빛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를 책잡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남는 곳이 농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아니다. 그들은 농촌과 농업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땅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농촌은 1867년 러시아가 황무지라 생각하고 720만 달러에 미국에 매각한 알래스카와 다름없다. 하지만 삽을 들어 보니 엄청난 광업·농업·관광업 등의 보고(寶庫)로, 2005년 워싱턴포스트지는 재정적자와 부채로 허덕이는 미국정부가 알래스카를 1조 달러에 러시아에 되파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을 정도다.

 

여기서 러시아와 미국이 달랐던 점은 무엇일까? 알래스카는 본래부터 그 광대한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삽을 한 번 파볼 용기, 그 용기가 러시아에게는 없었고, 미국에게는 있었던 것 아닐까? 또한 지금 우리의 농촌에도 그 용기가 더욱더 필요한 것 아닐까?

 

지금은 자급식량 확보에 전세계가 사활을 거는 시대, 보다 안전하고 다양한 식자재를 원하는 시대다. 우리 부모가 잘 지켜온 농촌에 우리의 창의적인 생각 하나를 더하면 돈이 되는 산업. 이것이 지금 우리의 농업이다.

 

또한 우리의 젊은 영농인들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농업을 한다. 작물마다, 해마다 물과 비료의 양은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인은 스스로 자신을 명석하게 계발하여 올바른 판단력과 합리적인 계획 능력을 배양한다. 또한 안전하고 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 유용한 기술을 습득·실천하고 확신시킨다. 그로 인하여 농업인 스스로의 건강 증진과 가정·지역사회와 함께 즐거운 삶을 도모한다.

 

그 대표적인 예는 연 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힙합상추농부 김민중씨, 농업을 평생직장으로 여기고 산란계 4만수를 키우는 가상현씨 등 이들이 바로 우리 농촌·농업에 있어 희망의 일꾼들이 아닐까?

 

아이에게 "우리 친구도 아빠처럼, 할아버지처럼 농사를 짓고 싶지 않니?"라고 물었을 때, "네! 할래요!"라고 자신 있게 답하고, "그래! 잘 생각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넓고 희망찬 인식의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보며, 농촌진흥청과 각 지역의 농촌지도기관은 더욱더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농업인 양성을 위해 더욱 더 힘써야겠다.

 

지금 우리의 농촌은 희망찬 일꾼의 삽을 원하고 있다.

 

/곽동옥(전북도 농업기술원 농촌지원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