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에서 보(補)는 몸의 부족함을 보충해 준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보약은 말 그대로 몸을 보하는 약이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몸의 저항력을 높여주는 한약과 여러 가지 소모성 질환이나 면역저하로 발생되는 질병을 치료하는 한약 등을 포함하여 보약이라 부른다. 한방의 보약은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첫째, 건강을 유지시켜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예방적인 측면과 둘째, 오랜 병을 앓거나 수술 등으로 건강상태가 나쁠 경우에 빠른 시일 내에 건강을 회복시키는 치료적인 측면에서 사용된다.
보약은 몸의 어느 부위 혹은 어느 장기의 기능이 부족하고 허약한지 진찰한 연후에 사용하여야 한다. 한방에서 사용하는 보약은 4가지로써 기운을 보충해주는 보기(補氣)약, 혈액을 보충해주는 보혈(補血)약, 양기를 보충해주는 보양(補陽)약, 음기를 보충해주는 보음(補陰)약으로 나눌 수 있다.
평소 기운이 없거나 만성 소모성 질환을 앓고 난 후에 기운이 부족하게 되는 경우 즉 기운이 부족하면 쉽게 피곤해지고 무기력해지며 움직이기를 싫어하고 땀이 많이 나며 식욕이 떨어지는 기허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때 보기약(補氣藥)이 필요하다.
혈허증은 각종 빈혈, 출혈성 질병으로 혈액이 부족하게 되는 경우로 혈액이 부족하면 얼굴색이 창백해지고 현기증이 있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면증이 있으며 월경량이 줄어드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경우에 보혈약(補血藥)이 필요하며, 발열이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있으면 진액 즉 음기를 잃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 입이 마르고 밤에 땀이 나며 상체에 열감이 있고 체중이 줄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음허증이 생기는 경우로 보음약(補陰藥)이 필요하다. 또 체내의 저항력이 떨어지면 양기가 부족하게 되는데 허리와 무릎이 힘이 없고 시리며 정력이 감퇴하고 추위를 타며 하지나 복부가 차가워지는 양허증에 보양약(補陽藥)이 필요하다.
예로부터 보약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복용하고자 원하지만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도 자기 체질에 맞지 아니하면 효력이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뒤따르게 된다. 요즘 개소주나 흑염소로 고를 내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원래 개고기나 흑염소는 더운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몸이 차거나 냉한 경우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적절치 못하게 사용되면 설사를 일으키거나 비만증, 고혈압 등을 유발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가까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가서 자기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지 진찰을 받고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간에 보약은 봄·가을에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계절보다는 몸의 상태 즉 체력이 허약할 때가 보약을 먹어야 할 가장 적기다. 왜냐하면 보약은 예방적인 차원에서 복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봄이나 가을에 보약을 복용하면 좋다고 한 이유는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철에 비해 한약을 달여 먹기가 편하다는 점과 환절기에 약을 복용함으로써 여름과 겨울을 지내기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어린이에게 보약을 먹이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감기와 같은 유행성 질환에 잘 걸리고 내장의 발육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배탈설사나 구토증이 흔하게 발생된다. 이처럼 잔병치례를 잘 하는 어린이에게 인체의 저항력이나 면역력을 높여주는 한약을 복용케 하면 질병에 대한 예방효과가 뚜렷하게 된다.
따라서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한약을 복용함으로써 질병에 대비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김태희(우석대한방병원 여성의학센터장)
▲ 김태희 교수는
우석대 한방병원 여성의학센터장
우석대 한의과대학 부인과 교수
대한한방부인과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