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엄마랑 아빠랑 도서관에 모여서 가족이 함께 그림책읽기와 체험학습을 함께하는 농촌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화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멈춘 농촌에 이 희망의 도서관이 작은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금강을 끼고 있는 충남 서천군 마서면 신포리 마을회관에 있는 '여우네 도서관'이 그 주인공이다. 작은 도서관의 유명세는 인근 마을들로 계속 번져나가 요즘은 서천군의 대표적 농촌 콘텐츠가 되고 있다.
마을회관 모퉁이 20여 평의 작은 도서관이 이처럼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비결이 있다. 도서관의 실내는 아이들의 눈높이로 만들어졌다. 입구에는 여러 아이들의 손자국을 동판화로 설치했다. 하얀 광목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천연 염색하여 햇빛을 가리고, 벽면은 흙벽돌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많은 책은 아니지만, 농촌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들은 웬만큼 다 꽂혀있다. 이 도서관이 더 값진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2008년 11월15일 개관할 때부터 서천군의 지원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주민들과 이용하는 40~50여명의 후원계좌를 통해 운영이 된다는 사실이다. 난방비와 운영비 공과금을 쓰고 나면 언제나 조금은 부족하지만, 도서구입부터 책걸상 에어컨까지도 지인들과 학부모들의 기증을 통해 꾸려가고 있다.
필자는 올 여름과 가을에 전주의 아동센터선생님과 사회복지 전문가들과 함께 세 차례나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그때마다 모두의 공통된 소감은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그림책을 읽어주며 함께하는 '작은 씨앗이야기'라는 수업시간은 온통 창조적 질문들로 가득했다. "씨앗은 밥이다" "씨앗은 우주다" "우주가 무엇이지?" "우주는 밤이다" 등등 아이들의 생각을 마음대로 토해내게 유도하는 학습이었다.
그림책읽기가 끝나자 농사꾼아저씨는 접시에 포도씨, 고추씨, 수박씨, 복숭아씨 등 씨앗들을 놓고 과일에 대한 설명을 했다. 씨앗이 자라서 사람들의 음식이 되는 "씨앗은 밥"이고 "씨앗은 우주"라는 설명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수업광경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두부를 만들며 진행하는 체험학습이었다. 믹서기에 콩을 갈고, 콩물을 삼베로 짜내고, 콩물을 끌이고 익히는 전 과정을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함께하며 친환경 유기농음식을 만들어 냈다.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까지 배려한 한마디로 체험형 도서관을 실천하고 있었다.
여우네 도서관은 지역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어울림과 나눔 배품이 부족한 공동체문화를 작은 도서관이 희망의 역할을 하면서 마을 주민들을 하나로 모아냈다. 학부모들이 모여서 도서관을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짜며 자원봉사와 새로운 정보를 교환한다. 여우네 도서관은 이렇듯 아이들의 돌봄과 소모임 활동 등으로 품앗이 공동교육을 실천하며 사교육 문제의 대안모델이 되고 있었다.
많은 공공도서관과 기적의 도서관이 있지만 여우네를 모델로 꼽는 것은 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도서관하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공간과 시설이나 양질의 책 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운영이고,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도서관의 핵심은 도서관운영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민들의 충분한 의사를 반영하는 도서관 운영이 되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작은 것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올바르게 배운 씨앗 같은 교육이 땅의 생명력으로 발아되어 우주를 키워가는 좋은 기억이 될 것을 믿는다.
/김남규(전주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