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같아서는 좀더 많은 건물을 복원하고 싶지만, 자칫 영화 세트장처럼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규모나 방법 등 복원 자체는 여러가지 방향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활용방안이니까요."
「경상감영 사백년사」 발간에 참여하는 등 10년 전부터 경상감영 복원을 주장해 온 조영화 대경대학 건축리모델링과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조교수는 "전국적으로 감영 복원 붐이 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경제적으로 여유로워 지면서 외국 문화와 비교했을 때 우리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에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구는 오래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전통건축물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데 현대 건축물 말고는 대구 역사를 보여줄 만한 게 없다는 여론이 일면서 기회가 잘 맞아떨어진 거죠. 경상감영 복원을 통해 감영의 흔적이라도 남겨 역사적 의미를 찾자는 겁니다."
조교수는 "전주는 풍남문과 객사, 한옥마을 등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주다움을 나타낼 수 있는데 전라감영이나 4대문 복원을 무리해서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도 든다"며 "전주가 너무 옛날 도시화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상감영은 부지 확보도 안돼있고 자료도 많지 않은 편이라 기록을 토대로 한 건물 복원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라감영은 복원 규모와 관련해 여러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도시 역사성을 생각해 봤을 때 전부 복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역사의 맥락성을 무시하기 보다는 공간의 상징적 의미를 살려 중요한 건물만을 복원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어요."
조교수는 옛 전북도청사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며 "도시에는 근대 역사도 필요한 만큼, 옛 도청 일부분을 남겨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또 "강원감영은 그나마 낫지만 이전복원한 충청감영은 크게 감흥이 없다"며 "건물만 달랑 있어서는 공간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1980년대 중반 전주향교와 관련된 논문을 쓰기도 했던 조교수는 "전주향교는 권위나 배치방식, 건축적 의미가 큰 데도 불구하고 그 위상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