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맛보는 '소리축제 흥보가'

군산대 최동현 교수, 한영대역집 '흥보가 바디별 전집' 출간

"올해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등이 '유네스코 인류 구전 무형 유산'으로 선정됐습니다.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선정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선정 될 때는 자부심을 느끼다가도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잊는 태도부터 바꿔야죠. 그런 점에서 이 사업은 아주 귀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동현 군산대 교수가 '한영 대역(對譯)' 전집으로 「흥보가 바디별 전집」을 내놨다. 전라북도와 문화관광부가 3년 전부터 추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선보였던 '판소리 사설 영어 자막 제작 사업'의 세번째 결과물이다. 번역은 전북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포항공대 대우조교수로 있는 박승배 교수가 맡았다.

 

"특히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영어 감수가 잘 이뤄져서 번역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흥보가'는 공연을 많이 올리는 편이기 때문에 시험 삼아 무대에 올려보면서 작업했죠."

 

이번 전집은 1권 김연수 바디(오정숙 창), 2권 박록주 바디(박송희 창)과 박초월바디(김수연 창), 3권 박초월 바디(조통달 창)과 강도근 바디(전인삼 창), 4권은 박봉술 바디(송순섭 창)로 구성됐다.

 

판소리를 일컬을 때는 '흥보가'라고 하고, 소설을 일컬을 때는 대개 '흥부전'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말 중심인 판소리에서는 순수 우리말인 '보'(특별히 좋아하거나 잘하는 사람)를 써서 '흥보가'로 하게 됐고, 기록 중심인 소설에서는 한자 '부'(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를 써서 '흥부가'라고 쓰는 일이 많았던 것.

 

최 교수는 "무형문화재가 '흥보가'로 지정된 것은 아마도 판소리이기 때문에 순수 우리말을 존중한다는 뜻에서 그렇게 된 것으로 안다"며 "'박타령' 같은 명칭이 거의 사라지게 된 것은 약간 아쉽지만, '흥보가'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이번 전집의 제목도 '흥보가'로 잡았다"고 했다.

 

내년에 출간될 전집은 「수궁가 바디별 전집」. 최 교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우화라는 점, 용궁을 무대로 했다는 점, 봉건체제를 직접적으로 풍자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에게 수궁가는 아주 인기"라며 "해외공연을 염두에 두면서 다음 작업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