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심신이 극도로 피곤하면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열사의 사막인 사하라 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평상인과 너무 다른 감수성을 가진 그에게 사하라사막은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바이런과 비교도 안 되는 둔한 신경을 가진 나로서 그와 나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의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 여행이 갖는 의미를 새로이 느꼈기에 괜스레 바이런의 얘기를 꺼내본 것이다. 직업이 교수인 관계로 여행을 자주하는 편이다. 그러나 방문하는 장소는 그리 다양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며칠 전 FTA 관계로 남미의 칠레와 페루를 방문하였다. 비행기 타는 시간만 24시간이 되는 먼 곳이어서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었다. 방문 이유는 칠레와의 FTA는 4년이나 되었으니 새로운 FTA의 방향을 정해보자는 것이었고, 페루와는 FTA를 빨리 체결하는 것이 양국 이익에 일치한다는 것을 그곳의 학자들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사실 칠레와 FTA 때는 온 국민의 반대가 참으로 많았었다. 포도와 관련 된 시위 사태를 구태여 언급하지 않아도 그때의 기억은 우리에게 생생하다. 그런데 그 후 우리는 한?유로 간에 FTA를 체결하였고, 한?인도 간에도 FTA가 체결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페루 간 FTA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이나 어느 매스컴을 보아도 일반 대중들이 이번 FTA를 심각하게 논의하고,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는 기사를 보지 못하였다. 과거를 상기해 보면 조금 어리둥절한 일이다.
지금 우리는 칠레로부터 구리와 와인, 포도 등을 수입하고 있다. 구리와 와인은 원래 우리가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반대가 심했던 포도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듯하다. 우리 포도는 여름에 나오지만 남반구에 있는 칠레 포도는 그들에게는 여름, 우리에게는 겨울에 생산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포도는 문제가 되지 앟았었는지도 모른다. 그 대신 우리는 정말 많은 것들을 그들에게 수출하고 있다. 자동차, 전화기, TV 등 매년 대 칠레 평균 수출신장률은 42.4%나 된다. 칠레 신규 자동차의 8%는 우리나라 차다. 중고차 시장까지 합하면 그보다 훨씬 더 높다. 여행이 갖는 의미를 글 첫머리에 꺼낸 것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리라고 느끼는 것과 그 효과를 직접 확인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페루와의 FTA도 마찬 가지라고 본다. 지금 우리나라 일부부처에서 반대하고 있고, 그 부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동조도 된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칠레와의 FTA 보다는 페루와의 FTA에서 우리가 얻을 실익이 훨씬 더 크다. 우선 농수산물 입장에서도 우리가 잃을 것이 별로 없다. 칠레와 페루 간에는 수입대체 효과가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즉 포도의 수입도 칠레에서 페루로 대체되지 신규 수입의 창출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익은 명확하다. 칠레로부터 자원수입은 거의 구리뿐이다. 그러나 페루로 부터의 자원수입은 불가능한 것부터 세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다. 페루의 아연과 몰리부덴 수출은 세계 1위이고 은, 납은 세계 2위, 주석 과 금은 세계 3위 4위이다. 또한 천연가스와 원유도 중요한 수출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티티카카호 근처에서 우라늄광산 까지 발견되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우라늄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 최근 정부에서도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미래에 탄소절감은 경제발전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30% 탄소 절감목표는 화석연료의 사용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원자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지금도 우리나라 전기발전의 40%는 원자력 발전이다. 지금 세계는 이러한 사실을 깊이 깨닫고 원자력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10년 미국 원자력 발전소 판매가격은 거의 10배 상승하였고, 일본은 무려 54기의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나 비슷한 추세다. 탄소절감과 관련된 원자력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라늄은 현재 세계 최고의 전략적 자원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하루라도 빨리 페루의 우라늄과 그밖의 광물자원 개발계획에 참여하여야 한다. 그것도 선점하여 참여하여야 한다. 우리가 FTA 체결을 피해야 할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그 이유는 일본과 우리나라는 모든 산업에서 보완관계에 있지 않고 경쟁관계에 있으며, 그것도 그들이 우리보다 경쟁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밖의 나라와는 피할 이유가 없다. 피할 이유가 없다면 빨리하는 것이 더 좋다. 선점의 이익은 그 어느 것 보다 크기 때문이다.
/김상국(경희대 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