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리산고등학교에 입학지원자가 쇄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리산 자락 산청군에 있는 작은 대안학교로 학생이라야 고작 60명에 불과하다. 지리산고는 국내 대안학교중의 하나이지만 대안학교의 상징처럼 거명되고 있다.
무엇이, 왜 산촌에 있는 이 지리산고교를 유명하게 만들었을까? 필자는 학교 관계자들의 활동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진정 이 시대의 영웅들, 가슴을 치고 애통해하는 교육자들이 거기에 있었다. 학업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워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베풀줄 아는 사회인으로 키우기 위해 학비를 전혀 받지 않는 대안학교이다.
지리산고교의 교훈은 '사랑의 힘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꾼이 되자'이다. 보통 선생님들은 "남보다 뛰어난 사람,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되라"고 당부하지만 지리산 고교 선생님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자연의 섭리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가르치고 있다. 지리산고교는 작은 학교이지만 그 꿈은 크고 높다.
지리산고교 교사들이 매달 받는 월급은 50만원 정도다. 그 마저도 각종 공제를 제하면 40여만원에 불과하다.선생님들은 이 마저도 미안하다고 한다. 학생들은 전교생이 매주 마을 주변의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 경로당 사랑의 집 등으로 봉사활동을 나간다. 이렇게 몸소 배운 것은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돌려줄 것이다.
학교 운영재원은 2000여명에 달하는 후원자들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 이들 후원자들 또한 눈에 보이지않는 사회교육운동가들이다.
지금 교육개혁을 위해 많은 분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외고를 존치해야 된다느니 폐지해야 된다느니 수월성교육이 어떻다는 등이다. 워낙 이해관계가 다양하다보니 쉽게 결론이 날 수가 없다.
문제는 풍토다. 나라가 온통 부정과 비리 그리고 배금사상으로 오염되어 있다. 참으로 걱정되는 것이 우리들의 2세다. 그들이 이 세태를 본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최후의 보루인 교육이 무너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교육제도가 아니다. 교육의 풍토다. 국민의 의식이요 정신이다. 지금 지자체마다 장학숙 건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점학교를 지정하여 기숙을 시키고 유명 외래강사를 데려다 입시교육을 시키는 일을 지원하고 있다. 명문대학에 몇 명을 입학시키느냐가 지상 최고의 목표다. 그것이 교육에 대한 투자라는 것이다.
강지원 전 부장검사가 몇해 전 돌연 검사직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사표를 냈다. 그리고 청소년 보호운동에 몸을 던졌다. 그를 가리켜 청소년 수호천사라 부른다. 그의 부인은 김영란 대법관이다. 이들은 바른 적성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자녀들을 대안학교에 보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이우(以友)라는 도시형 대안학교를 분당에 세웠다. 친구로서 친구와 함께 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는 자녀들에게 대학가라 공부하라고 말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자녀들 운명은 그들 스스로에게 맡겼다. 그의 지론데로 그들이 하고싶은 것을 하도록 했다. 필자의 아들도 이리 야간고등학교 출신이다.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아들이 원해서 였다. 낮에는 카-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어려운 동료 학생들을 도우며 학교를 다녔다.
우리 지역의 시장 군수께 권한다. 정읍에 공립 대안학교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었지만 각 시군지역에 대안학교 하나씩 세우자고…. 물론 시나 군에서 직접 세울 수는 없다. 그러나 지원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나라 교육풍토를 개선 하자는 것이다. 바닷물이 썩지 않는 것은 그 안에 3.75 %의 소금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엔 아직도 3.75%의 소금과 같은 의인들이 있다. 황무지를 일시에 바꿀 수는 없어도 물길을 대어 조금씩 옥토로 만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를 일조에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한쪽에서 물을 대자는 것이다. 이것이 불가능한 일인가?
/서호련(한국새사도교회 주교·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