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다가오고 한해가 저물어간다. 겨울이 깊어 가면 부모들의 시름도 깊어간다. 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입 때문에 열병을 앓고, 기껏 고생하며 대학까지 보내어 졸업을 앞에 둔 부모들은 자녀들의 취업 때문에 주름살이 깊어만 간다.
사실 고용의 문제처럼 중요한 사안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 부모의 품에서 자라며 학업을 마치면 반드시 일을 해야 살 수가 있다. 예전에는 부모를 잘 만나(?) 일하지 않고 먹고 사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요즈음에는 땀흘려 일하지 않고 먹고 사는 그러한 불한당(不汗黨)들은 없을 것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가 없다는 것은 개인의 비극일뿐 아니라, 일자리가 없으면 주민들이 이탈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큰 숙제이기도 하다. 정부도 수년전부터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바꾸어 고용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문제 해결은 간단하지가 않다. 많은 이들이 그동안 경제성장만 되면 실업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대비 취업자 증가율을 나타내는 고용탄력성 추이를 살펴보면 그러지 않음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1970~1980에는 0.50였다가 1981~1990년까지는 0.36으로, 1991~1996년에는 0.32로, 2000년대는 0.30로, 최근에는 0.1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2003년에는 경제성장률이 3.1%였음에도 취업자는 3만명이나 감소하고 말았다. 내년에 경제성장을 하여도 얼마나 고용이 늘지 우려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고용인원이 많은 제조업의 유치 등 기존의 시책에 더하여, 사회적 기업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블루 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개념조차 생소하여 필자가 노동부차관시절 입법을 하면서 무척 애먹기도 했었다. 이제까지 기업이나 정부가 하는 일과는 달리 사회적 필요가 있는 서비스 제공이나 취약계층 고용을 위하여 수익사업을 하는 것이다. 독거노인과 결식아동들에 대한 행복도시락배달사업, 가난한 가정을 위한 간병인 보조사업 등은 당사자와 기업과 사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이다. 사회적 기업이 발전하면 그 지역이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하나 관광산업을 잘 부흥시켜야 한다. 전북은 덕유산, 지리산, 내장산등 빼어난 산들과 드넓은 평야, 그리고 아름다운 해안과 섬들이 있다. 이제 주5일 근무제도 정착되어가고 교통편도 많이 발전되었기 때문에, 천혜의 자원에 인적인 요소만 합친다면 큰 고용창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친절'이다. 웃음띈 얼굴로 인사만 잘해도 여행객들의 가슴은 뛰기 마련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퉁명스럽지 않고, 친절하고 상냥하고 고마운 사람이라는 인식 하나가 백만명의 여행객을 모을 것이다.
한가지 제언을 하자면 무엇보다도 편히 잘 수 있는 전북식 숙소를 만들자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모텔의 불빛은 휘황찬란해도 가족들을 데리고 들어가기는 민망하다. 전북식 숙소는 편히 잘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침 식사도 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럽 여행을 할 때마다 조그만 호텔에서 정성껏 차려 내놓는 아침 식사가 얼마나 좋던가. 황토내음나는 한옥에서 푸근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 전국에서도 명성 높은 전라도식의 아침 밥상을 받게 되노라면 과연 '전라북도는 대한민국의 고향'임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친절이 더해진다면, 몇 번이라도 찾고 싶어질 터이다.
/김성중(법무법인 태평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