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이경아 시인 '시간은 회전을…'

지인들은 이경아 시인을 두고 "사는 일에 있어서나 시를 쓰는 일에 있어서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순리로 인내하고 기다리면서 적응하고 받아들인다는 것. 그래서 그가 출간한 시집 「시간은 회전을 꿈꾸지 않는다」(시문학사)엔 모든 만물을 아우르는 물을 소재로 한 시가 유난히 많다.

 

'넘치면 넘치는 대로 줄면 주는 대로 / 제 살을 부풀리고 줄이기도 하면서 / 오장육부 썩어 문드러지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 단 한 번 문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았다.' ('강' 중에서)

 

시인은 "깨끗함을 바라는 강의 본심, 하늘에 발을 담그고 유유히 흐르고 싶은 강의 천성에 가까이 닿고 싶었다"며 "물은 곧 역류도 회전도 꿈꾸지 않고 순순히 흐르는 시간과도 닮아 있다"고 말했다.

 

행이나 연을 나누지 않고 산문의 호흡으로 이어서 정리한 시도 여럿된다. 새로운 경향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보다 느슨하고 편안한 흐름을 고집한다. 가슴이 서늘해도 내일이 있으니 안심해도 좋지 않느냐고 늘 위로하는 그의 천성이 반영됐다. 어쩌면 그가 세상을 평화롭게 이겨내는 지혜일지도 모른다. 그는 "이만큼 어설프게 살아온 것도 장한 일"이라고 겸손하게 적었다.

 

삶의 고통이 시나브로 삭아서 함성이 멎을 때까지, 세월 위에 딱지가 앉고 그 딱지가 떨어져 내릴 때까지 견딜 줄 아는 삶의 태도가 잘 녹아있는 시집.

 

군산 출생인 그는 군산대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 한국문인협회 회원, 전북문인협회 이사, 석정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청사초롱 회장을 맡고 있다. 시집 「물 위에 뜨는 바람」, 「내 안의 풀댓잎 소리」, 「오래된 정원」 등을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