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

2009 세밑,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이웃 위해 열심히 살아가

모두의 행복한 성탄절을 위해 누군가는 '고단한 밤'을 지새우고 있다.

 

두 어깨에 내려 앉은 무거운 짐을 지고 지친 밤을 보내는 우리의 이웃을 찾아 지난 26일 새벽길을 나섰다.

 

20여년째 쓰레기 수거에 나서는 김모씨(59·전주시 완산동)는 오늘도 감기는 눈을 비비며 잠을 떨쳐냈다. 갑자기 뚝 떨어진 새벽 기온으로 온몸이 움츠러들었다. 언 손을 비비며 연신 빨개진 귀를 문질러보지만 추위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엄동설한에 쓰레기 치우러 새벽마다 나서는데 마냥 좋다면 거짓말이죠. 날씨따라 고생하고 날마다 시간에 쫓기잖아요. 일도 많고 체력소모도 크고요. 왜 안 힘들겠습니까?"

 

이르면 새벽 2~3시부터 시작되는 김씨의 하루. 남들은 한참 잠에 빠져있을 시간이다. 동료들과 짝을 지어 일하지만 춥고 지치다 보면 그만큼 말수도 준다. 정신없이 쓰레기를 나르다 보면 금세 동이 트고 몸도 조금씩 풀린다. 이때쯤이면 콧노래를 흥얼댄다.

 

"어차피 해야할 일인데 투덜대면 뭐해요. 즐겁게 일하는거죠. 파스를 덕지덕지 바르더라도 일은 빠지지 않아요. 제가 선택한 일이니까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눈바람을 맞으며 다시 수거차량에 올라타며 김씨는 "이맘때, 이 시간에 보는 전주의 겨울이 아마 가장 아름다울 것"이라며 귀띔하기도 했다.

 

밤마다 초등학교를 지키러 나서는 한모씨(67·전주시 우아동). 퇴직 후 벌써 3년째다. 운 좋게도 한 번에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처음엔 밤잠이 부족해 몸이 고됐지만 지금은 이보다 편한 일이 없어요. 이 나이에 어디서 이만한 일을 구하나 싶어 고맙기만 합니다. 큰 수입은 아니지만 생활비에 제법 보탬도 되고요."

 

찬 몸을 녹여줄 전기장판과 낡은 텔레비전 한 대가 한씨의 외로운 겨울밤을 달랬다. 두 평(6.61㎡) 남짓 되는 경비실에 앉아 바라보는 창밖에는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요즘 한씨는 '언제 그만두시렵니까'라는 질문을 왕왕 받는다. 신장이 안 좋아 치료를 받게 되면서 한씨의 '밤일'을 노리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경비로 일하는 사실을 알면 자신을 딱하게 여기거나 하대하는 사람들도 있어 화가 나기도 한다는 한씨.

 

"경비 일을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잖아요. 일에 귀천이 어딨냐는 말처럼 스스로 만족하면 그게 일하는 이유가 된다는 걸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요즘은 저한테 그만둘 때 연락 해달라는 사람도 부쩍 많아졌어요. 서로 하겠다고 난리라니까요. 하하."

 

즐겁게 일하는 한씨의 영향인지, 그리 고된 일은 아니라는 소문 때문인지 경비원 일자리는 최근 인기 상승 중이다.

 

넓은 마당에 가득히 쌓인 고철과 폐품들. 고물상을 운영 중인 박모씨(60·전주시 팔복동).

 

"새해라고 우리 사는게 크게 달라지겠어요? 나 혼자 힘든 것도 아니고 다 힘들잖아요. 조금 더 힘든 일 하느라 몸은 고되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는 않아요. 열심히 살았으니까요."

 

남들이 쓸모 없다며 버린 물건으로 지금껏 살아온 박씨. 집도 장만하고 아이들도 가르쳤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부족할 것도 없었다.

 

"사실 시기만 맞으면 이 일도 돈이 제법 되요. 먹고 살만 하니까 하겠죠. 그런데 고물 갖고 돈 번다고 사람들이 우습게 알더라고요. 추운 겨울에 지낼 따뜻한 집도 있고, 어디가서 아쉬운 소리 안 할 만큼 알뜰하게 돈도 모아요. 뭘 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이 일 하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입니다."

 

추운 겨울, 이들의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했다. 그리고 다가올 새해에도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사는 이유이자 행복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