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세 번의 기회를 맞는다고 한다. 그 기회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의'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그냥 흘려보내는 물이 되기도 한다.
이미지메이킹과 스피치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미림(43·전주시 삼천동)씨에게 그 기회는 고등학교 1학년때 찾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너무 내성적이어서 남들 앞에 서는 것도, 남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것조차도 힘들었던 그는 그 시절의 자신을 거의 자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러던 고등학교 1학년 국어시간. 책을 읽어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녀는 책을 읽는다.
그때 선생님의 말씀. "목소리가 참 낭랑하구나. 웅변한번 해보지 않겠니?"
이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그녀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그녀 자신조차도 자신의 목소리를 알지 못하고 살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그녀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삶을 시작한다. 웅변학원 하나 없던 시골에서 그저 텔레비전 아나운서 뉴스를 따라하는 것으로 말하기 연습을 했던 산골 소녀는 그렇게 전국 웅변대회 2등의 영예를 안게 된다. 그래서 지금도 김씨는 선생님의 말 한 마디가 가장 중요할 수 있다고 여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찾아주고, 자신감을 길러주는 일도 그와 같은 일일 것이다.
스피치 강사로서는 24년째, 이미지 메이킹 강사로는 10년째 활동하고 있는 그는 연말만 되면 전국 각지에서 그녀를 찾는 전화가 줄을 이을 정도로 '전국구 인기 강사'다. 그렇지만 걸려오는 모든 전화에 응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일을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은 사람이다. 사람이 없어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해서 부르는 곳이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얘기.
얼마 전에는 강의시간까지 바꿔가면서, 전주시 한 사회복지시설에 달려간 적도 있다. 자신의 강의가 더 필요한 곳을 찾다보니, 사회복지시설이나 봉사단체의 강의를 무엇보다 우선 순위에 두게 된다고 한다. 지금도 나를 통해서 남이 변화하고, 누군가에게 자신감을 찾아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것은 무엇보다 그의 가족이다. '내 단단함의 근원은 가족'이라고 말하는 그는 남원 운봉 산골마을 첫 번째 집에서 살던 어린 시절을 지금도 기억한다. 찾아오는 이는 물론, 지나다 길을 묻는 이조차도 그냥 보내는 법이 없이 물한잔, 밥한끼를 대접하려 했던 따뜻한 심성의 부모님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 든든한 지지기반이 있었기에 세상에 좀더 당당히 설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더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고.
그 가족이 탄탄한 바탕이 되어서인지, 결혼 후 새롭게 만든 가정에서도 그녀의 후원자들은 많다. 일하는 엄마를 가장 잘 이해하고 도와준다는 아들도 그렇고,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주는 남편도 그렇고. 모두 다 그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귀한 존재다.
30일 그는 환경부에서 수여하는 '환경부 장관 대상'을 수상한다. 평소 자동차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공로(?)라며 농담을 건네지만, 그동안 환경인력개발원에서 해왔던 강의가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이다. 새해가 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찾아주기 위해 더 바빠질 그의 2010년을 기대해본다.
/이지현 여성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