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축년(己丑年)을 보내고 경인년(庚寅年)을 맞이했다. 묵묵하게 인내하는 소의 해가 지나고 포효하며 전진하는 호랑이의 해다. 목표를 향해 뛰는 도민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도내에서 두드러진 경영활동을 보인 40~50대의 성공이야기를 소개한다. 사전오기, 칠전팔기.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어엿한 사업체를 이룬 그들의 '실패 극복기'를 통해 당신의 성공을 시작해 보시라. >>
고추장·식용유·치즈 등 CJ·남양유업 등에서 생산하는 식자재와 가공식품을 도내 곳곳의 소매점 등에 공급하는 (유)천해의 김석훈 대표(41). 김 대표가 지난 2001년 부인과 단둘이 시작한 (유)천해의 연간 매출은 100억원에 달하고, 직원도 28명으로 늘었다. 당시 무일푼으로 시작한 '구멍가게'가 알짜배기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사업에 실패하고 빚을 진데다 무일푼이었던 그가 매출 100억원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기업인의 성공이야기'를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김 대표는 "지금은 결코 성공이 아니다. 그저 과정에 있을 뿐이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진안 마령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은 넉넉하지 않았고 빈한했다. 20살에 무작정 부산의 한 가구공장으로 향했다. 친구들처럼 대학을 졸업해서 일반 직장인으로 살 수 있을까 등 고민이 많았다. 결론은 사업이었다. 당시 신발·가구 제조업이 번성했던 부산이 그에게는 꿈을 이룰 공간이었다.
기본급은 54만원이었지만 야근을 도맡아 하면서 한달에 80만원을 적금에 부었다.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기술이 힘이라고 여기며 가구제조법을 배웠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도 집이 아닌 부산에 먼저 들렀다. 25살 때 3년 만기 적금를 탔다. 4800만원을 손에 쥔 그는 5명의 직원으로 가구공장을 열었다. 29살 때 2공장까지 짓고 직원 50명을 뒀다. 원목가구 브랜드로 전국 각지에 총판도 있었다.
"저는 지식·지혜가 부족하지만 뚜렷한 목표의식과 강력한 실천의지가 있습니다. 정확한 도달점을 설정하고 어떤 고생이라도 정해진 목표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20대의 자수성가도 외환위기로 타격을 입었다. 거래처로부터 받은 수표가 부도처리 되면서 공장은 문을 닫았다. "아직도 당시 직원이 고맙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그들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당시 신혼이던 김 대표는 결국 빚잔치를 한 뒤 부인과 전주로 왔다. 전주대 근처의 한 원룸에서 본인은 80만원, 부인은 50여만원의 임금을 받으며 일했다. 2년 동안 소득의 대부분을 털어 부산의 채권자에게 갚았다.
당시 그는 제일제당의 배송사원으로 입사했다. 성실함과 끈질김으로 고창과 인근 지역의 총괄을 맡으면서 지난 2001년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주로 농협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그가 처음 고창의 한 농협을 방문했을 때 문전박대를 당했다. 이전 직원이 서류상으로만 물량을 확보하고 실제 공급은 차질을 빚는 실수를 한 터라 김 대표에게 발도 붙이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것. 하지만 그는 인내를 가지고 계속 눈도장을 찍었다.
"저는 영업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문전박대를 당해도 목표로 정한 점포에 출·퇴근 시간 가릴 것 없이 방문해 다른 회사 물건도 정리해주는 등 정성을 다했습니다. 처음에는 거부해도 상대방을 감동시키면 결국 거래를 맺습니다."
김 대표는 거래처와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한다. 일부 매장의 경우 유통업체와 수직적인 관계를 설정한 뒤 각종 할인 가격을 전가하는 경우가 있다. 무조건 가격·수량을 맞추라고 요구한다. 그 때마다 그는 상대를 집요하게 설득했다.
"가격경쟁은 한순간입니다. 무리하게 가격 낮추기를 요구하면 저희 회사의 운영방침과 체계, 물건의 가격형성 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차근 차근 상대를 이해시켰습니다"
그가 고창에서 사업을 시작한지 1년 반 뒤 (유)천해는 도내 전역으로 유통 영역을 확대했다. 김 대표는 회사의 성장 요인에 대한 질문에 '직원의 역량 강화'를 꼽았다.
"저 혼자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영역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도내 유통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퇴직금·상여금 등의 급여 체계를 갖췄습니다. 직원의 역량을 강화해 직원이 성장하는 만큼 회사도 발전한다는 신념으로 유인책과 함께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김 대표는 "한달에 평균 2차례 직원 교육이 이뤄진다"면서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진열방법이나 직원 자신의 꿈을 설정하고 실천하는 법 등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교육을 통해 직원과 신념을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각 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정확히 알고 최선을 다할 때 회사뿐 아니라 거래처의 매장 등 모든 구성원에게 이익이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앞으로 제조업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유통조직은 어느정도 갖춰진 만큼 1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회사를 이전하고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고유 브랜드를 지닌 제품을 만들 예정입니다."
그는 현재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층에게 "막연한 목표가 아닌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시간 단위까지 정해 목표에 도달하는 노력을 해야한다"면서 "세상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