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솔아의 <누드> 를 심사위원의 의견일치로 당선작으로 뽑았다. 축하한다. 누드>
<누드> 는 수필문학의 조건과 장점을 두루 갖췄다. 누드>
수필은 지성과 교양과 사유의 글일 때 읽을 맛이 난다. 회화적인 제목과 자연이라는 흔해터진 소재와의 신선한 연결, 현실성을 끌어들이는 삶의 현장성과 문장의 함축미가 당선에 도움이 되었다.
야생초목을 누드로 인식하는 건 일종의 독창성이다. 예술은 결국 언어인지에 의해 생산되고 이해되는데, 주로 미술용어로 쓰이는 누드라는 단어를 문학적으로 해석한 점이 독특하다. 게다가 정서를 말살시키며 문명의 신에 사로잡혀 생활이 풍족해진 현대인의 속성에 대하여 회의하는 과정이 철학적이다. 간접경험 곧 학(學)으로 타 예술과 소통하는 방법과, 자연 속에서 인생을 관조하는 연결도 편안하고 부드럽다. 기승전결의 기본 작법과 구성도 매끄럽다. 한 가지 더. 문학성의 최대장점인 상상을 통해 누드아파트, 누드학교, 누드정상회담이란 어휘를 끌어낸 점이 미학적이다. 같이 보내온 <붉새> 도 고른 수준이다. 붉새>
총 응모 460편 중에서 본심에 올라온 15명 45편에 전북의 응모작이 없어 서운했다. 전북일보의 신춘문예가 전국의 수필가 지망생의 관심을 끌고 있어 대단히 기쁘긴 하지만 문도(文道) 또는 문향(文鄕)이라는 전북의 수준작이 한 편도 본심에 오르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수필은 경험문학이라는 단견 때문인가. 대부분의 작품이 자기경험 곧 소재를 이야기하는 데 그치고 인식과 사유를 통해 인식하는 체험으로 승화시키는 문학성이 적다. 이야기꾼은 많으나 문학적 미학을 드러내질 못했다. 최아란의 <이음> , 이정순의 <인생소묘> 가 최종심에서 탈락한 이유다. 인생소묘> 이음>
아깝게 밀쳐놓은, 정진규의 <생 날 것 그대로의 진실> 은 내려놓기 아까웠다. 개인잡기 같은 글들 속에서 심리적이고 분석적인, 수필의 다양성에서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수필은 사색적이나 대중적인 지성의 이미지가 강한 글이다. 일반적이고 대중적이어야 하는 신문의 신춘문예가 아니라면 기꺼이 선했을 것이다. 정진규씨가 정진하여,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중수필로 인정받는 수필가로 만나게 되기를 빈다. 생>
/심사위원 전일환(수필가·전주대 언어문화학부 교수) 김용옥(수필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