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침체의 그림자는 사회적 약자 편에 더 짙게 드리운다. 신빈곤계층으로 대변되는 저소득계층의 증가와 그 깊어지는 삶의 무게는 개인에게 닥치는 고난 뿐 아니라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퍼주기식'의 복지대책보다는 '고기잡는 법'을 알려주고 사회적 안정망을 확대하는 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정신적, 신체적 문제로 이어지기 쉽상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그 어떤 사회복지정책보다 더 중요성이 크다 할 것이다.
결국 문제는 복지의 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귀결된다. 이같은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회적기업이다. 유럽에서 생겨난 사회적기업은 지역사회 시민들이 주도한 아래로부터의 움직이었지만, 국내에서 사회적기업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 등의 한 방안으로 받아들이면서 위로부터의 흐름으로 나가는 측면이 적지 않다. 따라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유의미성 등 일부 문제가 발생하고도 있지만 그래도 사회적기업은 현 시기 가장 설득력 있는 사회복지 정책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도내에는 16개 사회적기업과 33개 예비사회적기업이 활동하며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복지서비스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북일보는 도내 사회적기업 몇 곳을 찾아가 그들의 성장과 지역의 발전상을 함께 짚어본다. >>
2003년 2월 진안군자활센터에 속한 자활근로사업단 '녹수청산 먹거리사업단'으로 출발, 2007년 자활공동체 나눔푸드를 설립할 당시 참여자는 6명이었다. 이 중 3명이 그만뒀지만 사회적기업 나눔푸드는 현재 38명이 일하는 어엿한 중견 사업체가 됐다. 직원의 70%는 근로취약계층으로 60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장애인, 장기미취업자가 함께 일하고 있다. 그래도 올해 이들이 거둔 매출은 정부와 자치단체 지원금을 제외하고 5억1000만원이다.
나눔푸드의 산 역사로 초창기부터 활동해 온 박덕봉씨(63)는 "여기서 일한다고 다 늙어 버렸어. 그래도 이 일의 의미를 아니까 일하는 것이 즐거워"라고 말했다. 지역 내 공공급식 사업으로 시작한 나눔푸드, 초창기 참여자들은 이제 경력이 쌓여 식당 등에서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사회적기업의 의미를 알기에 떠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자리 창출과 공공 복지서비스의 확충. 그 일선에서 열심히 뛰며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사회적기업 진안 나눔푸드를 찾아갔다.
▲ 8명으로 시작해서 38명 일자리 배정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오전부터 나눔푸드 일꾼들이 분주하다. 오전 10시까지 지역 내 공공급식으로 나갈 도시락 밑반찬과 밥, 국 등을 준비해 내보내고 이후에는 지역 내 상가 등으로 배달할 유료도시락을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날부터 진안군에서 방학을 맞은 결식아동에게 보낼 도시락까지 겹쳐 일손을 놀 틈이 없다.
수제 유과를 만드는 이들 역시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녹수청산유과'라는 자체 브랜드로 생산하는 수제 유과는 뽕잎, 백년초, 당근 등 천연재료로 색을 입히기 때문에 손이 더 많이 간다.
올해 사업 확장 차원에서 새로 문을 연 홍삼 작업장은 자동화라인이지만 사람의 손이 안 갈 수는 없다.
나눔푸드 일꾼들은 제각기 정해진 일터에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일하는 이들 대부분이 60대 이상 여성이라는 점. 모두 진안군에 사는 근로취약계층으로 사회적일자리 사업을 통해 나눔푸드에 참여하고 있다.
내년 사회적일자리 예산이 축소됨에 따라 도내 대부분 사회적기업 등에 사회적일자리 배정에 줄거나 아예 사라졌지만 나눔푸드는 지난 10월 평가에서 오히려 3자리를 더 받았다. 나눔푸드는 현재 38명의 사회적일자리를 배정받아 25명을 채용한 상태다. 남은 자리는 생산라인 확장 등을 통해 조만간 충원할 계획이다.
▲ 급식에서 홍삼엑기스까지
나눔푸드는 2005년부터 진안군의 결식이웃급식사업 전체를 위탁받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결식이웃급식사업은 나눔푸드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근간이 됐으며 현재까지 결식이웃 325명에게 6만9331식, 2억여원 상당의 도시락을 제공해 왔다.
또 2008년 겨울방학부터는 SK텔레콤이 후원한 행복나눔재단의 방학 중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 급식지원사업을 벌여, 진안군내 지역아동센터 13곳, 264명의 아동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일자리로 참여한 이들의 지속적인 고용을 위한 수익사업도 함께 벌이고 있다. 수제 유과사업은 한 해 7000박스를 생산해 매출해 6000여만원의 성과를 올렸으며 출장 뷔페, 유료 도시락 배달 등 외식사업은 올 한해 100여건, 8000만원 등의 매출을 올렸다. 깻잎, 느타리버섯 등 유기농산물 생산사업은 월 평균 매출액 1500만원에 달하고 있다. 올해 시작한 홍삼가공사업은 나눔푸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의 특산물인 홍삼을 가공해 현재 엑기스 생산에서 앞으로는 경옥고 등으로 생산분야를 넓혀갈 방침이며 해외 수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홍삼가공사업이 효자노릇을 하면 내년 매출액 10억원 달성도 꿈이 아니라는 게 나눔푸드의 설명이다. 현재 나눔푸드의 수익구조로는 사회적일자리 참여자의 80%를 자체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10억원 매출액이 달성되면 100%자체 고용 뿐 아니라 지역 내 공공서비스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지역과 더불어 살아가기
나눔푸드의 주력사업은 급식이다. 당연히 식재료가 필요하고, 나눔푸드는 급식과 유제 수과, 홍삼 등 모든 사업에서 지역 내 생산제품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나눔푸드는 현재 식재료의 70~80%를 지역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이나 지역 내에서 가공된 상품을 사용하고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사회적기업이기에 지역 생산자들에게 이바지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나눔푸드는 또 정부의 지원이 닿지 않아 급식 사각지대에 놓인 홀로노인과 저소득층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한 해 평균 80여명이 1000식 이상의 도시락을 나눔푸드를 통해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지역 내 근로취약계층을 채용해 일자리를 창출한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기업의 또 다른 사명인 공공서비스 확대에 충실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