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체육회 '스마일맨'으로 통하는 김희수씨(42·관리과)는 생활 속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08년 1월부터 전주 삼천동 집에서 덕진동 도체육회 사무실까지 7~8㎞ 되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그의 '애마'는 산악용 자전거인 '블랙캣'. 헬맷과 마스크, 자전거복 등 보호장비는 자전거 라이더(타는 사람)로서 필수품이다.
"예전에 자동차를 타고 퇴근하는데 밤에 동호인들이 일렬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그렇게 멋지더라고요."
언제나 싱글벙글인 김씨는 "특별히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라기보다 자전거로 통근하면 비싼 기름값도 아끼고, 운동도 저절로 된다"며 "아내도 처음엔 작심삼일이라고 생각했지, 제가 자전거를 꾸준히 탈 줄 몰랐다"고 전했다.
그는 "봄·가을이 자전거 타기에는 가장 좋은 계절"이라며 "개인적으로 안개가 자욱한 길을 달릴 때 기분이 오묘하고 상쾌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자동차와 자전거로 달리는 것은 도시와 산에서 걷는 것만큼 다르다고 설명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갈대밭과 청둥오리, 너구리 등 삼천의 자연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자전거 통근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라는 것.
그는 자전거 타는 방법도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가 조금 다르다고 귀띔했다. 출근길에는 땀이 되도록 안 나게 속도를 줄이면서 달리고, 퇴근길에는 집에서 바로 씻을 수 있기 때문에 속도를 내어 운동량을 늘린단다. 요즘처럼 영하의 날씨에서도 출발할 때는 조금 싸늘하다가도 5분 정도 페달을 밟으면 몸이 금세 풀려 전혀 추운지 모른다고 했다.
한때 김씨의 충직한 '발' 노릇을 하던 자동차는 이제는 퇴근 후나 주말에 아내 안지숙씨(40)와 아들 대현군(9·전주효림초 2학년) 등 온 식구가 함께 외출할 때나 시동을 켜는 '2인자'로 전락했다.
김씨는 "자전거는 자동차처럼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사방이 뚫린 채 달리기 때문에 가슴이 활짝 열리고, 세상도 더 넓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며 나름대로 자전거에 대한 미학을 자랑했다.
그의 또 다른 '친환경 습관'은 직장에 도시락을 싸가는 것. 도시락 반찬은 김치와 멸치 볶음, 콩자반 등 아내가 집에서 손수 만든 음식으로 소시지 등 인스턴트 식품은 출입금지(?)다.
김씨는 도시락의 미덕에 대해 "사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고, 뭘 먹어야 할지 고민을 안 해서 좋다"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뭐가 그리 좋아 시도 때도 없이 '흐흐흐, 하하하'하고 웃는 걸까. 문득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가 떠올랐다.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했던가.
"즐거우니까 웃죠. 하나님을 믿으면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욕심도 내려놓게 되고,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기도를 하면 답답함이 풀려요. 고함을 지르는 효과가 있다니까요."
그는 본의 아니게 자전거 이야기에서 종교 이야기로 샜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따지고 보면 김씨가 자전거를 타고, 매일 도시락을 싸는 것도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참뜻을 실천하는 게 아닐까.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인스턴트 식품 대신 유기농 음식을 먹다 보면 자연스레 매연 등 온실가스와 유해 물질이 줄고, 그만큼 '우리'가 사는 지구의 수명도 길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