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월드컵의 해' 첫 걸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새해 시작과 함께 힘차게 첫 걸음을 내디뎠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남아공 및 스페인 전지훈련을 위해 3일 낮 경기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모여 새해 첫 훈련을 가졌다. 선수단은 4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남아공으로 떠난다.

 

이번 해외 전훈에 참가하는 선수는 지난달 26-27일 파주NFC에서 체력 테스트와 자체 연습경기를 통해 선발된 국내파 21명과 일본 J-리그 소속 4명 등 총 25명이다.

 

이번 전훈 기간 남아공 월드컵 본선 때 베이스캠프로 쓸 루스텐버그에 여장을 풀 대표팀은 잠비아 대표팀 및 현지 프로팀 등과 세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이 기간 훈련, 숙박, 이동 등을 모두 월드컵 본선 일정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 선수들에게는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대표팀은 이후 16일부터는 스페인 말라가에서 담금질을 이어가면서 핀란드, 라트비아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르고 25일 귀국한다.

 

지난주 테스트를 마치고 나서 일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태극전사들은 새해를 맞아 저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모였다.

 

스트라이커 이동국(전북)은 "빠듯한 전훈 일정을 잘 소화하고 모든 선수가 부상 없이 좋은 경기를 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면서 "선수들 모두 새로운 목표에 한 발짝씩 더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도 오랫동안 기다려온 월드컵이니만큼 대회에 꼭 참가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호랑이 해를 맞아 1986년생 호랑이 띠인 수비수 김근환(요코하마 F.마리노스)의 각오도 남달랐다.

 

선배에게 선물받았다는 호랑이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파주NFC로 들어선 김근환은 "내 위치는 대표팀에서 제일 아래라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도 월드컵 참가를 장담할 수 없지만 이번 전훈 기간 내 꿈을 펼쳐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미드필더 김두현(수원)은 "뭔가 이뤄야 하는 한 해다. 개인적인 영광도 영광이지만 대표팀이 국민 염원대로 월드컵 16강, 나아가 8강, 4강까지도 이룰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두현은 "포지션 경쟁은 항상 치열하다. 선수마다 특성과 장점이 어떻게 잘 융화되느냐가 중요한다. 대표팀이 강해질 수 있도록 선수들이 자기 몫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포항 스틸러스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르는 데 큰 힘을 보탰던 중앙수비수 김형일(포항)은 "설렌다. 내게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으니 놓치지 않도록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면서 "지난해는 배운 점도 많았고 행복했던 한 해다. 그 기분을 이어가면 올해도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번 전훈 멤버에 20대 초반의 '젊은피'들을 대거 발탁한 가운데 필드플레이어 중에서는 이동국과 함께 가장 나이가 많은 서른한 살의 공격수 노병준(포항)은 "주위에서 '노장, 노장' 하는데 난 아직 더 뛸 수있다. 내 의지만 강하면 마흔 살까지도 뛸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새해 시작부터 좋은 기회가 왔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나 클럽월드컵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남아공에 가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노병준은 "후배들이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밥상을 잘 차려놓았는데 내가 숟가락 하나 얹는 기분이다. 후배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 이번 전훈 기간 확실하게 내 장점을 보여주고 대표팀에 활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이날 오후 강추위 속에서도 1시간40분가량 훈련했다. 허 감독은 전훈 출발을 앞두고 몸 상태를 점검하고자 러닝 등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했지만 선수들의 입에서는 단내가 풀풀 풍길만큼 새해 첫 훈련치고는 강도가 만만찮았다.

 

훈련은 눈을 걷어낸 인조잔디 구장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주위에는 전날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어 더욱 추위를 느끼게 했다. 그래도 선수들은 묵묵히 훈련을 소화했다.

 

허 감독은 훈련 뒤 "올해는 모든 것을 다 바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겠다"면서 "호시탐탐, 호시우보의 자세로 가겠다"고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역시 호랑이 띠인 수비수 강민수(수원)도 "호랑이 해라 개인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월드컵 때도 가슴에 (대한축구협회를 상징하는) 호랑이를 품고 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경쟁을 이겨내고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에 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