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자랑스런 전북인상' 유기정 전 회장 별세

'中企 육성 산증인' 하늘나라로

지난해 1월이었다. 유기정 세계중소기업연맹 명예총재가 오랜만에 공식석상을 찾았다. 재경전북도민회·삼수회·전북일보가 공동주최한 '2009 재경전북인사 신년하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노령으로 인해 참석조차 불투명했던 유 명예총재는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직접 단상에 올라 자랑스런 전북인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전북출신'임을 훈장처럼 여겼다는 게 주변의 평가였다.

 

유기정 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자 삼화인쇄 회장이 4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생전에 중소기업발전에 천착해온 중소기업 및 인쇄업계의 전설로 손꼽혔다.

 

전주 출신인 고인은 전주공고와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전주에서 '전주한지공업'을 창업해 최고급한지 제작을 위해 동분서주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1954년 삼화인쇄를 창업해 매출 1000억원대의 튼실한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당시 제판기술자를 독일에 유학보내는 등 기술개발에 전념한 끝에 국내 최초로 '컬러인쇄물 1호'를 내놓아 업계의 화제를 낳았었다. 또 삼화출판사를 설립하고 세계동화전집, 세계 위인전기전집 등을 발행했다. 고인은 당시에 대해 "새벽에 별을 보고 집을 나와서 밤중에 별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도 많았다, 굶기가 예사였으며 어쩌다 먹는 자장면 한 그릇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1971년부터 1980년까지는 제8·9·10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국회 상공위원장을 맡았으며, 헌정사상 최다의원입법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뒤인 지난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역임하며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회장 재임시절에는 서울 여의도동 중소기업회관 건립을 주도했다.

 

고인은 또 모교인 전주공고 발전에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전주공고측은 지난 2003년 교정안에 고인의 동상을 세웠다.

 

유족은 장남 유성근씨(삼화인쇄 사장), 차남 유항근씨(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등 2남2녀.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30호실, 발인은 8일 오전 8시30분. 장지는 경기도 양평공원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