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경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어릴 적 요맘때쯤이면 고향 우리 집 안방 시렁에는 메주가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갈라진 메주 틈 사이로 흰곰팡이가 서려있고 메주 뜨는 코콤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11~12월 경 수확한 햇콩으로 메주를 쑤어 목침만한 크기로 빚어 2~3일 정도 말린 다음 볏짚으로 묶어 시렁 등에 매달아서 띄웠다. 30~40일 지나 메주가 잘 뜨면 입춘이 지나고 맑은 날을 골라 메주를 쪼개 장독에 넣고, 천일염을 물에 타 하루쯤 가라앉힌 소금물을 붓고 빨갛게 타는 참숯, 고추, 불에 구운대추를 함께 띄워 장을 담근다. 이는 불순물과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전래되는 방법이다. 장을 담근 지 20~30일이 지난 다음 메주를 건져서 다시 소금을 골고루 뿌리고 간장을 쳐서 질척하게 갠 후 옹기항아리에 꾹꾹 눌러 담고 웃소금을 뿌린다. 잘 봉해서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햇볕을 쪼여 메주가 삭게 되면 된장이 된다.
우리 음식은 거의 모두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간을 맞추고 맛을 냈다. 장맛이 곧 음식맛이었다. 장맛이 좋은 집안의 음식은 맛있었고 사대부가에서는 좋은 장맛이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을 가문의 자부심으로 여겨왔다. 장의 역사는 음식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의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 에 "고구려에서는 장양(藏釀)을 잘 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된장 간장을 담가 먹었던 것으로 추정이 된다. 조선시대 초?중기의 기록인 《구황촬요(救荒撮要)》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각각 조장법(造醬法)과 장제품조(醬諸品條)가 있어 좋은 장을 담그는 방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장제품조의 첫머리에 "장은 모든 음식맛의 으뜸이다. 집안의 장맛이 안 좋으면 좋은 채소와 고기가 있어도 좋은 음식이라 할 수 없다. 설혹 촌야(村野)의 사람이 고기를 쉽게 얻지 못해도 여러 가지 좋은 맛의 장이 있으면 아무 걱정이 없다. 우선 장 담그기에 유의하고, 오래 묵혀 좋은 장을 얻게 함이 도리이다." 이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장을 소중하게 여겼다. 동이전(東夷傳)>
어릴 적 우리는 "콩은 밭의 고기"라고 배웠다. 그러나 콩은 이제 단순히 단백질과 지방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질병을 예방하는 식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콩의 주요성분으로는 단백질·올리고당·식이섬유·인지실·이소플라본·사포닌·트립신 저해제·피트산 등이 있다. 콩단백질은 혈중 콜레스테롤, 혈중지혈, 지방단백질 농도감소, 동맥경화 심장병을 예방한다. 콩오리고당은 장내 유용균 번식을 촉진하고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배설을 촉진하며 장기능에 대한 생리효과가 있다. 인지실은 생체박 성분, 뇌기능향상과 노인성 치매예방, 혈중 콜레스테롤 축적예방, 이소플라본은 암세포 증식 억제로 유방암?대장암?폐암 등의 항암효과와 골다공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트립신 저해제는 항암작용, 당뇨병 예방, 피트산에는 철과 결합하여 지질 산화억제의 효과가 있다. 이렇듯 콩은 풍부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 우리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콩으로 된장 간장 두부 등의 음식을 만들지만 그 으뜸이 된장이다. 일상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음식중의 하나가 된장이다. 예부터 어느 집에서나 된장은 쌀과 같이 기본식량으로 여겼다. 여름철 아무리 반찬이 없어도 상추에 된장을 싸서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충분했고 보리밥이라도 물에 말아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먹으면 한 끼가 거뜬했다. 최근에도 돼지고기 쇠고기를 구워먹을 때 고기를 야채에 된장과 함께 싸서 먹는다. 또한 국을 끓일 때도 된장을 풀어 끓이면 맛있다. 된장을 되게 개어 물을 붓고 풋고추 애호박 파 등을 썰어 넣고 끓인 된장찌개면 한 그릇의 밥을 바로 비웠다. 이 된장이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준 소중한 음식이다. 요즘 도시의 주거 문화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된장을 담그는 가정이 줄어들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된장을 직접 담그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다보니 우리들 식탁에서 된장이 멀어져 가는 것 같아서 한 없이 아쉽다.
우리 어머니들은 자녀들이 된장을 많이 먹도록 하여 수천 년 이어온 우리음식과 가족의 건강을 지켜 행복한 가정을 이루시길 간절히 희망한다. 된장이 많이 소비되면 농가에서는 콩 재배가 늘어나고 콩으로 소득이 높아지게 되면 농산물 수입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가도 도와주는 것이다. 수천 년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영양의 보고 된장을 많이 먹자.
/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