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용서는 없다'

잔혹한 영화가 온다…부검의 vs 살인마의 대결

과학수사대 최고의 실력파 부검의인 강민호 교수(설경구)와 범인으로 지역환경운동가인 이성호(류승범)이 진실을 다투는 장면. (desk@jjan.kr)

새해 대거 등장한 대작들 때문인지 이번 주 극장가는 조용하다. 여전히 '아바타'는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고, 한국 영화 '전우치'도 선전하고 있지만 새로운 영화 소식은 뜸한 실정. 하지만 이번 주 극장가에는 한국형 범죄 스릴러 '용서는 없다'가 조용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반전이 숨어있을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극장을 찾을 것.

 

▲ 용서는 없다(범죄, 스릴러/ 125분/ 18세 관람가)

 

과학수사대 최고의 실력파 부검의인 강민호 교수(설경구)는 유일한 가족인 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을 정리하려고 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의뢰 받은 사건은 금강에서 발견된 토막살해사건. 여성의 신체가 여섯 조각이 나고 한쪽 팔마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강민호의 제자였던 민서영 형사(한혜진)는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역환경운동가인 이성호(류승범)을 지목하고 이성호는 새만금 간척 사업을 반대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당당히 진술하는데. 그의 자백으로 쉽게 종결될 듯 보이던 사건은 강민호의 딸이 사라지면서 다시 시작된다. 이성호의 강민호 교수의 딸을 자신이 납치했다며, 자신이 시체에 남긴 단서와 비밀을 알아낸다면 딸을 살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용서는 없다'는 반전을 기본으로 한 범죄 스릴러물이다. 반전이 기본이 됐다는 것은 관객들의 마음을 '혹시나'하고 흔들 수 있다는 것이고, 한 편으로는 '역시나'가 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 아직까지는 '혹시나'하는 마음을 만족시켰다고 대부분 평하고 있지만 역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스릴러 치고는 긴장의 끈이 너무 느슨하다. 영화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바타'는 분명 어디서 본 이야기 같다. 하지만 탄탄한 시나리오 전개 덕에 이전에 만들어진 영화들이 '아바타'를 위해 연습한 시험작 같은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용서는 없다'는 '올드보이'의 복수나 '추격자' '살인의 추억'의 범인을 잡는 과정, 단서 등의 나열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릴러 영화는 새롭고 놀라워야 하는데 '용서는 없다'는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좀 봤다는 민감한 관객이라면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전 요소를 찾아내 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2시간에 달하는 영화가 지루해져 버린다. 또 다른 문제는 이야기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두 남자 주인공의 연기력은 흠 잡을 곳이 없다. 상반되는 연기 스타일로 대비되는 두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그러나 범죄 스릴러인 이 이야기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은유나 정치적인 다른 이야기들을 끄집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두 배우 사이의 극적 스피드를 떨어뜨렸다. 피드백이 돌아오는 시간이 너무 길고, 조연배우인 성지루와 한혜진의 존재가 작지만 큰(?)이상한 모양이 형성되고 만 것. 조금만 더 가지를 쳐 냈더라면 좋았을 아쉬움이 끝내 남는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문제점만 제외한다면 '용서는 없다'는 훌륭한 영화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아쉬운 점은 '민감한 관객'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 미리 영화에 대한 공부를 하고 가지 않는 이상 영화표 값이 아깝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을 것이다. 영화 초반부터 등장하는 시체 해부 장면이나 야한 표현들은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들 중에 제법 높은 수위. 왜 굳이 저런 표현을 썼을까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영화 막바지에 완성되는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이해하리라 믿는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이야기의 요소니 너무 징그럽거나 역겹다 생각하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