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들의 내한공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주머니 사정은 어떠신가요?"
최근 몇 년 새 내로라하는 외국 유명 음악가가 줄이어 내한공연을 연다. 몇 년 전까지 찾을 필요도 없다. 휘트니 휴스턴, 제프 벡, 밥 딜런 등 올해 우리나라를 찾거나 찾을 음악가는 면면만 봐도 입이 딱 벌어진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매력적인 음악가인 까닭에 그 어떤 공연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 빛의 속도로 얇아지는 지갑이 야속할 뿐이다.
◆ 올해 어떤 음악가가 내한하나 = 지난 7일 영국의 록밴드 뮤즈가 세 번째 내한공연을 하면서 올해 외국 팝스타들의 공연 러시의 포문을 열었다.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는 그룹은 미국의 펑크록 밴드 그린데이. 이들은 18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Ⅶ-그린데이'를 연다. 1989년 데뷔해 전 세계 6천만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이들은 2006년 제48회 그래미상에서 '올해의 레코드 상'을 수상하면서 건재를 자랑하는 밴드다.
2월에는 '팝디바'인 휘트니 휴스턴과 그룹 시카고, 록밴드 킬러스 등의 공연이 기다린다. 작년 9월 새 앨범 '아이 룩 투 유(I Look to You)'로 재기에 성공한 휴스턴은 6∼7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록 발라드 '하드 투 세이 아임 쏘리(Hard To Say I'm Sorry)'의 주인공인 그룹 시카고는 23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킬러스는 6일 오후 7시 올림픽홀에서 공연한다. 또 보컬 그룹 백스트리트 보이스도 24일 오후 8시 서울 악스홀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다.
3월에는 에릭 클랩턴ㆍ지미 페이지와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제프 벡, 4월에는 노르웨이 출신의 어쿠스틱 기타 팝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와 '포크록의 전설' 밥 딜런이 한국을 찾는다.
◆ 쏟아지는 내한공연, 이유는 = 우선 지난 몇 년간 음원의 유통 방식이 음반 중심에서 공연으로 조금씩 이동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동안 대형 배급사를 통해 LP와 CD 등의 형태로 음원이 유통됐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음원이 디지털화하면서 음악가들이 복제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진 음반보다는 콘서트를 통해 직접 유통하게 됐다는 것이다.
공연기획사 옐로나인의 김형일 대표는 "예전에는 음반 시장이 중심이었으나 지난 10년 동안 라이브 공연이 음원 유통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아티스트와 관객이 직접 만나 음원을 유통하는 이 방식이 대두하면서 뮤지션들이 바빠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작년 여름 내한한 브릿팝 밴드 플라시보의 보컬 브라이언 몰코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음반사와 달리 우리의 음악을 현대적인 방법으로 배급하고 싶다. 우리의 배급 방식은 모든 나라를 찾아가서 우리가 음악을 열정적으로 작업했음을 팬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옐로나인과 액세스 엔터테인먼트, 프라이빗 커브 등 국내 공연 기획사들이 해외 기획사와의 인맥과 공연 노하우를 쌓으면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점도 내한공연 러시의 이유 중 하나다.
이들이 그동안 여러 내한공연을 성공적으로 유치하면서 해외 음악가들이 한국도 아시아 투어 시 일본과 함께 꼭 방문해야 할 곳으로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 내한공연 시 개선해야 할 점은 = 전문가들은 이제는 누가 내한하느냐에서 벗어나 관객들이 공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음악가가 공연 시간에 임박해 입국한 뒤 리허설 없이 공연에 임한다든가 성의없는 콘서트 진행은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공연 주관사들이 내한하는 음악가들에게 한국 팬을 위한 특별 레퍼토리를 요청하는 등 공연장까지 찾은 관객을 배려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밥 딜런이 이번 내한 시 어떤 레퍼토리를 준비할지는 모르지만 한국인이 그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원 모어 컵 오브 커피(One More Cup Of Coffee)'나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를 부르게 하는 등 공연의 밀도를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