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완 신임 전북경찰청장의 취임식이 열리는 지난 8일, 전주완산경찰서와 709전경대는 주택가 인근 제설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신임 손 청장의 첫 지시사항은 자체 기강을 확립하라는 것이나 범죄예방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것이 아니라 주택가 이면도로에 빙판을 제거하라는 것이었다. 어찌보면 경찰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제설작업은 그러나 올해 전북경찰의 방향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일 낮 손 청장은 취임차 전북으로 내려오는 승용차 안에서 전북의 현안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고 이 중 8일자로 전북일보가 보도한 '주택가 이면 도로에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노인들이 거동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고 즉시 휴대전화로 제설작업을 지시한 것. 손 청장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주민중심 민생치안서비스의 일면을 볼 수 있는 단초로 해석된다.
이날 709전경대 100여명과 전주완산경찰서 경찰관 전의경 40여명 등 140여명은 본보가 보도한 전주 풍남동 인근 산비탈에 위치한 주택가와 중인리 지역 인근 도로 등에서 골목길 얼음을 깨는 등 제설작업을 오후 6시가 넘게까지 진행했다.
제설작업에 참여한 경찰관은 "형사활동, 방범활동, 다른 업무 등 우리 일하기도 바쁜데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소 벌이는 봉사활동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어차피 주민을 위해서 있는 직업인데 주민 입장에서 일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창완 전북청장은 '첫 업무지시치고는 독특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경찰관도 법집행 이전에 주민이다. 경찰관이 있어 주민이 보다 편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본연의 업무 뿐 아니라 이런 것이 주민을 위한 치안서비스라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