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우리 음식이 세계인을 살린다 - 정운천

정운천(전 농림부 장관)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과 약은 근본뿌리가 같다는 말이다. 몸에 맞는 음식, 영양의 균형을 잡아주는 음식은 효과가 뛰어난 약이나 마찬가지다. 음식만 가려 먹어도 질병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 국민에게 좋은 음식은 우리 전통음식이다. 풍토합일(風土合一)이요, 신토불이(身土不二)다. 이것은 결코 우리 농산물 판매를 위한 판촉구호가 아니다. 의학이자 과학이다.

 

우리는 조상 대대로 채식민족이었다. 유사 이래 곡류와 야채를 중심으로 식생활을 영위해 왔다. 육류를 위주로 한 서양 유목민족과는 체질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신체구조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 민족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몸속 대장의 길이가 평균 9.5m다. 8m인 서양인들보다 1.5m나 길다. 수천년 동안 채식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곡류나 야채는 몸속에서 오랫 동안 천천히 소화되므로 거기에 맞게 대장이 늘어난 것이다.

 

육류는 그 반대다. 짧은 시간에 빨리 소화되고 빨리 썩는다. 남은 찌꺼기도 빨리 빠져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축적되고 부패된다. 그런 육류를 주식으로 했기 때문에 서양인들의 대장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음식이 신체 건강은 물론 신체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채식에 적합한 몸을 가진 우리 민족에게 채식 위주의 우리 음식이 최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음식, 한식은 신토불이에 앞서 그 자체로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한식은 대부분 발효과정을 거친다. 장기간의 숙성을 통해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유산균을 생성한다. 음식을 살아 있는 미생물체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한식을 먹으면 영양과 칼로리 뿐 아니라 각종 유산균까지 공급받는다. 많이 먹어도 살이 찌기 않고 활동성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비해 양식은 육류 중심의 인스턴트 식품이다. 짧은 시간에 높은 칼로리만 공급한다. 그 결과 몸이 비대해지고 고혈압 당뇨 같은 성인병에 쉽게 노출된다. 미국의 경우 국민의 60~70%가 비만이다. 성인병을 앓고 있는 국민이 전체의 30%를 넘는다. 국가 재정이 의료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 유럽 각국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우리의 발효식품을 주목하고 있다. 웰빙식품이자 다이어트식품인 한식에서 비만과 성인병을 극복할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한식을, 영양을 고루 갖춘 모범식으로 소개했다. 세계적인 건강잡지 『헬스(Health)』도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음식으로 선정했다. 된장 고추장에 대한 관심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정작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오히려 양식을 선호한다.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식품에 빠져 들고 있다. 그 결과 국내에서도 어린이 비만과 성인병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불과 20~30년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배불뚝이를 요즘에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음식을 되살려야 한다. 주식을 되찾고 세계인이 주목하는 발효식품을 부활시켜야 한다. 천일염과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은 하나같이 지수화풍(地水火風)이 빚은 자연의 음식이다. 이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되살리는 것은 전통음식의 계승에서 나아가 세계인을 살리는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들어 일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 움직임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노력들이 보다 체계화되어 한식이 세계인의 음식으로 거듭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정운천(전 농림부 장관)

 

※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은

 

고창 부안면 출신으로 현 국무총리직속 새만금위원회 위원, 이순신 리더십연구회 이사장을 맡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