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로 여당내의 내홍(內訌)이 자못 심각하다. 그러나 여당 못지않게 각 지역마다 벌여놓은 혁신 사업등이 세종 건설에 떠밀려 좌초되지 않을까 걱정들 하고 있다. 지방자치 시대이후 사람들은 더욱 자기 지역발전에 많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우리 한국인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자기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렬하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지고 있던 조선의 지도에는 조선 팔도(八都)가 각기 다른 색깔로 칠해졌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각 지역마다 지방색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선거때마다 어김없이 지역의식이 정확히 표출되지 않은가.
이제는 충청도까지도 지역의식에 동참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인의 지역의식의 괴력에는 문화적 원인과 정치적 근인(近因)이 있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한국인만큼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 정서적 집착을 가진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벼슬하러 객지에 나갔다가도 관직이 끝나면 고향으로 회귀했고 장사하러 객지에 갔다가도 명절때면 고향에 돌아왔었다. 1980년대 우리 가요의 가사를 보아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대목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우리말에 죽는다는 것을 '돌아간다'라고 했고 우리가 욕을 할 때도 고향에서 죽지못할 놈이라는 뜻에서 '객사(客死)할 놈'이라고까지 했다. 서양 사람들이나 중동 사람들은 어디서 죽거나 죽은 그 장소에 묻혀도 하나님 곁으로 간다고 믿었다. 서양 사람들은 죽으면 끝난다는 사생단절(死生斷絶) 문화라면 한국 사람들은 죽어도 자기 후손들과 같이 있게 된다는 생사연결(生死連結) 문화라고 한다.
그래서 자연히 자기가 영생(永生)할 지역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서양 사람들의 생업(生業)은 이 지역 저 지역을 떠돌아다니며 먹고사는 유목, 상업형이었기에 지역에 대한 정서적 애착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인은 수천년 동안 몬순 기후아래 벼농사를 위해 노동 집약적, 토지 정착적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큰 모험이기도 했었다. 이렇듯 지역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개념이 그래서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지역 평등 사회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