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하 건설, 4대강 살리기, 국토의 난개발 등에 대해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원론 밖에 내놓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중국 풍수이론의 무비판적 수용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자기 땅에 대한 주인의식, 한반도 고유의 국토관(자연관)의 부재로 인한 것이죠."
김두규 우석대 교수(51)가 출간한 조선시대 풍수학 교과서인 「감룡경·의룡경」(비봉출판사)은 고려와 조선의 국토관을 재조명하고, 중국과 일본 국토관의 변천사와 대조해 우리의 지형에 맞는 국토관을 가져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본래 「감룡경」, 「의룡경」은 조선시대 과거인 잡과의 지리학 교재. 도읍지 선정이나 궁궐, 사당을 비롯해 왕릉의 부지를 선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는 이 책을 위해 지난 5년간 11종의 판본을 취합해 교감(校勘)을 거친 뒤 역주(譯註)에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판본마다 다른 글자가 너무 많고, 또 정반대로 주석한 판본들로 인해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는 그는 "2∼3일씩 문을 잠가 놓고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고민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고려와 조선의 풍수이론은 각기 달랐습니다. 고려는 불교를 국교로 삼고, 전국의 명당화를 주장하면서 한반도의 지형에 알맞는 풍수이론을 만들어갔죠. 그런데 조선의 풍수 이론은 퇴보했어요. 유교로 인해 충과 효가 강조되면서 풍수의 영역이 묘지 풍수로 축소됩니다. 그러다 보니, 묘지 풍수에 능한 중국의 풍수 이론을 답습하게 됐죠. 한반도 운하 건설이나 4대강 살리기도 중국의 풍수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 땅에 대한 자각 없기 때문에 나오는 말인 겁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물길이 여러 방향인 데다 토질이 단단해서 물길 보다는 바닷길 활용이 알맞다"며 "현재의 풍수이론은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아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풍수는 자기 땅에 대한 사명의식에서 비롯돼야 하며, 국토관이 달라지면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실천양식도 달라진다는 게 그의 설명. 김교빈 호서대 철학과 교수는 풍수지리는 기(氣)의 흐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상호 교감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기를 대신하는 상징이 용(龍)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통해 구체적인 지형지세의 구분을 시도한 책이 바로 「감룡경」과 「의룡경」이라고 평가했다.
순창 출생인 김 교수는 한국외국어대와 동대학원에서 독일문학에서 전공했다가 풍수지리로 전환, 그간 「한국풍수의 허와 실」(1995), 「조선풍수학인의 생애와 논쟁」(2000), 「한반도 풍수학 사전」(2005) 등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