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철새들의 수난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월 중순 김제에서 가창오리 등 철새 40여마리가 독극물로 폐사한데 이어 또다시 철새들의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 이번 역시 독극물이 원인이었다.
지난 6일 오후 전주시 화전동 신평마을 부근 만경강.
강가에 흰죽지 138마리와 물닭 1마리, 멧비둘기 1마리 등 겨울 철새 140마리가 죽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박선하 전북지회장(49) 등 밀렵감시단원 4명이 이날 오후 2시께 호남고속도로 다리 아래부터 약 500m에 걸쳐 물 가장자리에 폐사된 상태로 떠 있던 새들을 건져 한데 모아놓은 것이다.
박 회장은 "새들의 눈이 푹 꺼진 것으로 보아 죽은 지 2~3일 정도 됐고, 인근에 못 나는 새들이 있어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누군가 하천 옆 보리밭에 독극물이 묻은 볍씨를 뿌려놓았고, 새들이 이것을 먹고 집단으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밀렵감시단원 등은 죽은 새들을 자루에 담아 차로 옮겼다. 독극물을 먹고 죽은 새들을 까마귀나 매 등이 먹으면 2차·3차 감염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현장 부근서 날아다니는 수백 마리의 철새들을 가리키며 "경작자가 누구인지 알아내서 (독 묻은) 볍씨가 뿌려진 보리밭을 서둘러 갈아 엎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남아 있는 철새들까지도 무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밀렵감시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전주지방환경청 관계자들은 볍씨들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감식을 의뢰하는 등 철새들의 정확한 폐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