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졸업식이 열린 부안군 보안면 보안초등학교(교장 이한구) 교정은 졸업축하 박수와 꽃다발보다 재학생과 동문·지역주민들의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학생자원의 급격한 감소로 마지막 졸업식과 함께 77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학교가 폐교되기 때문이었다.
이날 오전 제75회 졸업장 수여식 및 폐교식이 열린 보안초등학교 다목적 강당은 송경식 부안교육장을 비롯한 기관단체장과 14명의 재학생 및 학부모·교직원·졸업생 동문·취재진 등 120여명으로 가득 메워졌다.
자리를 함께 한 60여명의 졸업생 동문들 중에는 관광버스를 대절해 이날 달려온 수도권 거주 동문들도 20명 가까이 됐다.
졸업식은 '두승의 영봉은 동에 솟았고 변산반도 한 기슭에 곱게 피었네~'로 시작되는 교가를 재학생과 졸업생 동문들이 제창하면서 막이 올랐다.
교가 제창소리는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부르는 탓인지 목이 메이는듯 하면서도 높게 울려퍼졌다.
이 학교 전체 재학생은 6학년과 5학년·3학년 각 1명, 4학년 8명, 2학년 3명 등 모두 14명.
이같은 재학생 숫자는 일제시대인 1933년 개교 당시 입학생 14명과 공교롭게도 일치한다는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5학년 이하 재학생들은 3.5㎞ 떨어진 같은 면소재지내 영전초등학교로 전학해 학업을 계속하게 된다.
이날 유일한 졸업생인 허유진양은 도교육감·국회의원·군수·경찰서장 상을 비롯 10여개의 기관단체 표창과 동문들이 수여하는 장학금 및 장학증서를 독차지했다.
허 양이 "많은 걸 배우고 추억을 쌓고 떠나지만 다시는 정든 교정에서 후배들을 만날 수 없어 안타깝다"고 글썽이며 졸업 인사말을 할 때는 행사장내가 숙연해졌다.
졸업식이 끝난 뒤에는 교문 입구에서는 "변산반도의 정기를 이어받은 여기는 유구한 보안면의 지명을 붙인 첫 배움터이다, (중략) 배움의 첫발을 내디딘 이 터전은 불멸의 뿌리로 길이 남으리"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교적비 제막식이 이어졌다.
교적비는 졸업동문들이 모교가 폐교됨을 무척 아쉬워하며 성금을 모금해 세웠다.
동문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12월 재학생 14명에게 제주도 2박3일의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오도록 지원해줬고 교지 발간도 서두르고 있다.
한편 이 학교 졸업생은 개교이래 모두 5300여명에 달한다. 고명승 전 육군대장·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이명수 전 농수산부 차관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