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환호(歡呼)부대 - 장세균

지난 4일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린 세종시 수정 지지 집회 참석자 가운데 상당한 인원이 일당(日當)을 받고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돈받고 집회에 참석해주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었다. 고대(古代) 로마에서는 집정관이나 고위직 공무원들도 선거로 선출했기에 선거가 잦을수 밖에 없었던것 같다.

 

선거 1년전부터 유세가 허락되었는데 이 유세를 가르켜 '안비티오'라고 했다 한다. 돈으로 매수한다는 뜻이다. 로마의 선거에서 또 다른 부패 용어로써 '소포크레이스'라는 말이 있다. 돈에 팔려온 '환호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소위 일당(日當)을 받고 유세장에 동원되는 환호부대이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그의 서간집(書簡集)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고 한다. "어제 나의 몸종 두 사람이 각기 3데라니씩 웃돈을 받고 연설장에 가서 환호하기를 유혹받았다. 이렇게 돈만 뿌리면 필요한 만큼 연설장을 메울수 있다. 환호 지휘자의 신호에 따라 함성과 갈채가 일어나는데 물론 연설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게 신호에 맞추어 함성만 지르면 된다".

 

민주주의가 아닌 우리 사회에도 직업적인 환호부대가 있었다고 한다. 고급관리들을 고과(考課)하여 그중 많은 점수를 얻은 사람을 발탁 승진시키는 제도를 선거(選擧)라 했는데 방법은 매년 6월 15일과 12월 15일, 두차례 복수의 당상관들이 무기명으로 점수를 매겨 상중하로 평가했다고 한다. 이 고과를 받는것을 등제(登第)즉 ,입후보한다 하고 이 점수 매기는것을 권점(圈點)을 매긴다 하며 '상(上)' 점을 얻으면 당선에 든다고 했다.

 

따라서 투표일인 권점 매기는 날을 앞두고 입후보한 지방의 현감,군수들은 자신의 선정(善政)을 과시하기 위해 온갖 유세를 다했다고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만인산(萬人傘)이라고 하는데 넓은 일산(日傘)에 붉은 실로 '몇품 모(某) 군수 아무개'라는 글자를 수놓고 그 일산 둘레에 이 군수를 칭송하는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쓴 배 나부랭이를 주렁주렁 매단다고 한다.

 

그리고 곱게 꾸며 입힌 기생을 말에 태워 이 만인산을 들게하고 그 앞에는 풍물패와 그 뒤에는 칭송자 수백명이 따르는 것이다. 이들 수백명이 일당을 받고 움직이는 직업 환호꾼이다.

 

/장세균 논설위원